탈중국 공급망 재편의 대가…“‘제로 차이나’에 일본 GDP 10% 사라진다”

입력 2022-10-1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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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부품 등 수입 80% 중단되면 506조원 손실 발생
제조업체 비용은 연간 130조원 증가
PC 가격 50%·스마트폰 20% 각각 오르게 돼
“중국발 리스크 사전 대비하려는 기업은 늘고 있어”

미국 주도의 탈(脫)중국 공급망 재편이 이뤄지고 있지만, 치러야 할 대가가 막대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18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도도 야스유키 와세다대 교수가 슈퍼컴퓨터로 추산한 결과를 인용해 일본이 부품 등에서 대중국 수입의 80%를 2개월간 중단하면 가전이나 자동차, 의류, 식품 등 여러 산업에서 사실상 생산이 멈춰 총 53조 엔(약 506조 원)의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이는 일본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하는 것이다.

제품 가격도 오르게 된다. 일본 공급망 조사업체 아울스컨설팅그룹에 따르면 가전과 자동차를 포함한 주요 80개 제품에서 중국 부품 수입을 중단하고 국산화 또는 다른 지역으로 수입처를 전환하면 연간 13조7000억 엔의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이는 도쿄증시 프라임 시장에 상장된 제조기업 순이익 총액의 70%와 맞먹는다. 이 비용이 개별 제품에 전가되면 PC 평균 가격은 50% 오르고, 스마트폰은 20% 오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국가들은 1990년대 세계화 물결이 본격화하면서 경제 측면에서 상호의존도를 높여갔다. 하지만 최근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미국 중심의 탈중국 공급망 재편에 속도가 붙으면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미국은 지난 5월 한국과 일본 등 14개국이 참여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출범하며 동맹국에도 탈중국 공급망 재편에 박차를 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부 일본 기업들은 일찌감치 탈중국 공급망 개편에 착수한 상태다. 대표적인 예가 자동차기업 혼다다. 혼다는 올여름 극비로 중국산 부품 사용을 최대한 자제한 채로 승용차와 오토바이를 생산할 수 있는지 타진하는 극비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혼다는 동남아시아 등 다른 지역에서 부품을 조달했을 때의 비용을 추산하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애플도 중국 의존도 줄이기에 착수해 올해 인도에서 생산한 아이폰14를 선보였다. 애플은 2020년 1%였던 인도 생산 비중을 올해 최대 7%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하지만 딜레마는 여전하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지만, 다국적 기업 매출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혼다만 해도 회사 전체 신차 판매에서 중국 비중이 30%에 달한다.

그러나 기업 상당수는 이미 탈중국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미·중 갈등뿐만 아니라 대만 등 지정학적 이슈가 경영에 돌발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닛케이가 지난 9월 일본 기업 경영인 10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6%가 “중국과 대만의 갈등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응답자의 82%는 무력 충돌 등 유사시 비상 대응책이 “있다”거나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시장이 중국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도 탈중국에 속도를 내는 이유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이 전 세계 1만3000여 개사를 대상으로 중국 매출 비중과 주가 추이를 조사한 결과 중국 비중이 50~75%에 달하는 기업의 주가는 2009년에 비해 평균 10% 하락했다. 반면 중국 매출 비율이 25% 미만인 기업 주가는 60% 정도 올랐다. 이에 당장 탈중국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발 리스크를 사전에 대비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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