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은 기회, 하이에나마켓]③부실채권·경매시장 커지자…몰려가는 개미들

입력 2022-10-10 12:00수정 2022-10-1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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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투자자의 매입 금지됐지만…“부실채권 7억 투자해 17억 수익”
온라인·유튜브 광고글 ‘우후죽순’…소액부동산 경매에도 투자자 몰려
전문가 “권리분석 등 전문지식 필요…무턱대고 투자했다간 손실 볼 수도”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경기도 파주에 있는 다세대 주택 부실채권 물건을 매입해 33.4%의 수익률을 거뒀습니다. 8명의 투자자가 한 사람당 소액 투자금 1500만원으로 4개월만에 500만원을 번 것입니다.”

온라인으로 부실채권(NPL) 관련 투자 교육 강의를 진행 중인 A씨가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다는 공동 프로젝트 투자를 통해 얻은 수익이라며 소개한 내용이다. 부실채권은 금융권에서 개인이나 법인에 부동산 등을 담보로 대출 해 준 후 채무자가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한 채권을 말한다.

A씨는 그동안 원격 화상 회의를 통한 교육만 해왔으나, 실제 물건을 통해 어떻게 수익을 내는지 보여드리고 싶어 수강생인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1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A씨는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르면 경매 물건과 부실채권 물량이 쏟아질 것”이라며 “1차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55%의 수익률을 거뒀고 2차프로젝트도 투자금 회수가 모두 끝났다”고 전했다. 이어 “3차프로젝트는 계약을 하고 진행상황에 있다”며 “4차프로젝트도 은행과 합의가 돼 조만간 계약에 들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금리인상 기조와 경기침체 우려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부실채권 투자를 권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은 먹잇감을 노리는 하이에나처럼 대출금이 제때 상환되지 못해 매물로 나온 NPL에 주목할 것을 추천한다. ‘경기 불황에 통하는 투자’ 등의 문구로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며 온라인 사이트, 유튜브 등을 통해 홍보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부실채권이 개인에게 무분별하게 팔리는 것을 막기 위해 2016년 대부업법이 개정되면서 개인의 부실채권 매입이 금지됐고 지난 8월부터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업체의 부실채권 투자도 금지됐지만, 최근 부실채권이 늘어날 거란 기대감이 커지자 다시 부실채권에 관심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부실채권 관련 교육 강좌를 운영중인 한 온라인 카페는 최근 회원수 800명을 넘겼다. 카페 게시글에는 부실채권 계약을 축하한다는 글과 수강을 요청하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고시원, 오피스텔, 사우나, 피트니스클 등 은행 부실채권 물건을 소개하는 글도 공유되고 있다.

▲서울 용산구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주택과 아파트 단지 모습. 조현욱 기자 gusdnr8863@

유튜브에도 부실채권 경매를 통해 큰 수익을 거뒀다는 영상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유튜브 채널에는 부실채권 경매 감정가 71억원 상당의 물건에 7억원을 투자 유치해서 17억원의 수익을 거뒀다는 내용이 올라오기도 했다.

실제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은 아직 수치상으로는 변화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잠재된 부실이 늘어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자가 세 달 이상 밀린 대출 등 국내은행의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올해 6월 말 기준 0.41%로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는 정부의 소상공인 등 취약층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로 인한 착시 효과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중채무 자영업자’는 올해 들어 6개월 사이 45% 급증했고, 올 1분기 증권사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도 4.7%를 기록, 2019년 말(1.3%) 대비 대폭 늘어난 상태다.

경매에도 눈독을 들이는 개인투자자들도 포착된다. 전국의 부동산 경매 응찰자 수는 감소세이나 1억원 미만 소액 부동산에 대해선 첨예한 입찰 경쟁이 이뤄지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자 고액보다는 소액 부동산에 응찰자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8월 응찰자 수가 많았던 전국 상위 10건 중 3건이 감정가 약 1억 원대 소액 부동산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용면적 21㎡인 경기 평택 평택동 C오피스텔 경매에는 응찰자가 37명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유찰이 두 차례 진행되면서 최저입찰가(5800여만원)가 감정가(1억1900만원) 절반 수준까지 떨어지자 경쟁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무분별한 부실채권, 경매 투자에 유의할 것을 조언한다. 무턱대고 투자에 나섰다가 손실을 입는 등 낭패를 입을 수 있어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NPL은 매도자와 협의를 통한 매수방법을 사용하거나 매도자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구조”라며 “권리 분석과 감정가 예측에 어려움이 따르고, 사실상 무용지물인 토지를 낙찰받도록 하든가 임대가 안되는 장기공실 상태인 상가 등을 낙찰받도록 유도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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