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 유출범죄 무죄율 34.6%… 전체 형사사건(3.0%) 대비 약 11배 높아

입력 2022-10-0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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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술보호법 형사 공판 사건 1심 처리현황. (자료 제공=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기술 유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들 중 34.6%는 무죄를 선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형사사건 무죄율(3.0%) 대비 약 11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겨련)는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기술 유출·침해행위에 대한 처벌법규 및 양형기준의 검토와 정책과제’에 대한 연구를 의뢰한 결과 이같이 발표했다.

전경련이 대법원 사법연감을 기반으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처리된 제1심 형사공판 사건 81건을 검토한 결과 △집행유예(39.5%) △무죄(34.6%) △재산형(8.6%) △유기형(6.2%) 순으로 판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1심 재판에서 유기징역(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은 총 5건에 불과했으며, 산업기술 유출사건의 무죄 선고 비율은 같은 기간 전체 형사사건* 무죄율(3.0%)보다 11.5배 이상 높았다.

김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기술 유출에 대한 법의 처벌 규정 수위는 주요국과 비교해 낮지 않으나, 실제 법원에서 선고되는 형량은 법정형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기술 보호 관련 법률인 산업기술보호법은 2019년 8월 개정을 통해 벌칙 규정의 법정형을 상향했다. 국가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에 대하여 3년 이상의 유기징역과 15억 원 이하의 벌금 병과가 신설됐고, 국가 핵심기술 외의 산업기술을 해외에 유출할 목적으로 침해한 경우에는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산업기술의 국내 유출은 기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억 원 이하의 벌금에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됐다.

그러나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해 법원이 실제 판결을 내릴 때는 ‘지식재산권범죄 양형기준’의 ‘영업비밀침해행위’를 적용해 판결하고 있다. 해외로 기술 유출을 한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은 제2유형으로 기본 1년에서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제시하며, 가중 사유를 반영해도 최대 형량이 6년에 그친다. 이는 산업기술보호법상의 해외 유출 처벌 규정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강화된 법률 개정 내용이 실제 법원의 판결에 반영되려면, 경제안보와 관계되는 기술유출 범죄에 대해 적극적인 양형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가핵심기술 등은 유출 시, 일반적인 영업비밀과는 달리 국가 경제 전체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별도의 범죄 군으로 분리해 양형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최근 기술 유출 방지와 중요 물자의 공급망 안정을 위해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을 제정했고, 대만은 지난 5월 국가안전법을 개정해 핵심기술의 유출에 대해 경제간첩죄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김 교수는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해 산업기술보호법과 방위산업기술보호법상의 기술 유출·침해행위에 대해서는 별도의 산정기준을 만들 것을 제언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기술유출은 개인의 윤리적 책임과 위법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쟁력과 산업 발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는 행위”라며 “기술 보호를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은 물론, 국민적 공감대와 경각심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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