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기술직은 더울 때 더운데서, 추울 때 추운데서? 그게 전부는 아냐”

입력 2022-09-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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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능올림픽 목공 직종 국가대표 송재호 선수 인터뷰

소속사인 에몬스가구, 3회 연속 메달 배출한 목공 명가

선발전 준비 중 부상에도 하루 10시간 훈련 투혼

“내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 완성, 성취감 커”

▲국제기능올림픽 목공 직종 국가대표인 송재호 선수.[사진=본인제공]
“참가에 의미를 두고 출전하지 않는다.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다.”

2022년 국제기능올림픽 목공 직종에 국가대표로 참가하는 송재호(21·남) 선수의 포부는 당차다. 서울디자인고 졸업 후 국제기능올림픽 국가대표에 선발된 송 선수는 올해 4월 에몬스가구에 입사했다. 이후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에몬스가구는 국제기능올림픽에서 3회 연속 메달 수상자를 배출한 목공 명가다. 에몬스가구의 약진에 힘입어 국제기능올림픽에서 목공 종목은 하계올림픽의 양국 같은 효자종목이 됐다.

11월 28일까지 15개국서 분산 개최

송 선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목공 종목에서 4회 연속 금메달을 땄고, 그 뒤에도 메달을 획득했다”며 “아무래도 선배들처럼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는데 선배들이 찾아와 조언이나 경험을 많이 들려주기도 했고, 이제는 나 스스로 좋은 성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국제기능올림픽은 이달 3일부터 11월 28일까지 한국을 포함한 세계 15개국에서 분산 개최된다. 61개 직종에 60개국 1015명의 선수가 참가하는 큰 대회다. 한국에선 46개 직종에 송 선수를 포함한 51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송 선수가 출전하는 목공 직종은 스위스에서 다음 달 11일부터 사흘간 경기가 진행된다. 송 선수는 다음 달 6일 다른 종목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동료 3명과 함께 스위스로 출국한다. 그는 “모든 선수의 공통된 목표는 금메달”이라고 말했다.

송 선수는 “매일 10시간 이상 훈련을 한다. 밥 먹는 시간 외에는 거의 훈련만 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작업 내용에 대해선 “도면이 주어지면 현치도(실물과 같은 치수의 도면)를 작도하고, 목재를 가공·조립해 유럽 양식의 지붕틀과 뼈대를 만드는 것”이라며 “경기에선 도면과 비교해 치수가 얼마나 정확한지, 오차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평가해 채점한다”고 설명했다.

▲국제기능올림픽 목공 직종 국가대표인 송재호 선수.[사진=본인제공]
“일로 보면 재미 있어도 훈련은 달라”

목재를 다루는 일인 만큼 훈련은 고되다. 송 선수는 “일로 보면 재미있을 수도 있는데, 훈련은 다르다. 매일 같은 작업이 반복되니 솔직히 힘들 때가 많다”며 “더욱이 작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대회가 1년 연기돼 훈련 기간도 늘어났다. 마라톤을 하듯 버틴다는 생각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작품이 크고, 힘을 많이 쓰는 직종이다 보니 국가대표 선발전을 준비하면서 허리를 다쳤다”며 “그 상태에서 훈련을 이어가다 보니 육체적으로 더 견디기 힘들었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목공 구조물의 크기는 세로 2~3m 정도다. 완성된 구조물을 옮길 땐 5~6명이 달라붙어야 한다.

고된 일상에도 동기는 차고 넘친다. 그는 “쉽게 말하면 우리는 뼈대를 만드는 사람들인데, 보통 사람들은 접근이 어렵다”며 “나름대로 희소성 있는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게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목공은 취미로도 유명한데, 많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건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훈련기간 근무 인정 월급 전액 지급

정부·기업의 지원도 부족함이 없다. 에몬스가구는 송 선수의 훈련기간을 근무기간으로 간주해 월급을 전액 지급하고 있다. 훈련 장소와 공구, 재료, 기타 작업물품도 모두 정부와 소속 기업이 지원한다. 메달 수상자에게는 산업훈장과 함께 최대 6720만 원의 상급을 지급하며, 대학 진학 시에는 등록금(한국지도자육성장학재단)도 지원한다. 병역특례(산업기능요원)도 적용한다.

송 선수는 “국가대표에 선발되면 기업에서 후원이나 채용을 해준다. 삼성전자나 삼성전기,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에서도 적극적”이라며 “후원이나 소속이 없는 선수에 대해선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훈련지원금을 월 54만 원 정도 지원한다. 경제적으론 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어떤 일 맡든 지금 이 직업 계속갈 것”

대회가 끝난 뒤 송 선수가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는 “어떤 일을 맡든, 지금 이 직업을 계속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대해선 아쉬움이 있다. 송 선수는 “고등학교 때 목공을 택했고, 6년 동안 목공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며 “처음 이 일을 택할 때 주변에서 딱히 반대는 없었지만, 응원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직이라고 하면 흔히 몸 쓰는 일, 추울 때 추운 데서 일하고 더울 때 더운 데서 일하는 직업 정도로만 인식한다”며 “아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게 전부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도 이 일을 하면서 가치관이 많이 변했다. 내 손으로 뭔가를 만들고 완성한단 점에서 성취가 크다”며 “편하게, 쉽게 일해야 가치 있는 직업으로 인식되는 게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송 선수는 “지금 시점에서 가장 큰 목표는 금메달 수상”이라며 “그다음에는 이런 대회가 많이 알려져 기술직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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