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 닥친 '에너지 대란'…에펠탑 조명 끄고 땔감 찾는 유럽

입력 2022-10-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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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위기
유럽, 올겨울 에너지 위기의 정점으로
프랑스, 에펠탑 조명 끄고 까르푸 조도↓
산업부, 에너지 위기 대책 마련 나서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인 바스티유 데이(Bastille Day)인 2019년 7월 14일(현지시간) 밤 화려한 불꽃들이 프랑스 파리 에펠탑 주변의 밤하늘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에너지 대란이 눈앞에 닥쳤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로 에너지 위기가 길어지자 유럽은 일반 국민도 적극적인 에너지 절약에 나섰다. 한국 정부도 에너지 다소비 구조를 바꾸기 위한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지난 5일 러시아는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공급처 폐쇄를 발표했다. 기간은 정해져 있지 않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 이후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줄였다. 이에 유럽 천연가스 도매가격은 지난해보다 9배가량 올랐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러시아가 공급하는 에너지 중 가스는 큰 비중이 아니지만, 다른 나라가 수입할 곳은 러시아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러시아는 가스를 사실상 '무기화'했고, 지금의 에너지 대란까지 이어진 것이다.

유럽은 올겨울을 에너지 위기의 정점으로 보고 있다. 각국은 에너지 절약을 위한 절차에 일찌감치 돌입했다. 전기와 가스요금을 상당 부분 올려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은 물론 난방 대책을 발표해 에너지 절약을 도모했다.

대표적인 것이 프랑스의 에펠탑 조명 단축이다. 에펠탑은 밤이 되면 조명을 켜고, 새벽에는 '화이트 에펠'을 관광객에게 선사하는데 조명을 평소보다 1시간 일찍 끄기로 했다. 에펠탑 외에도 다른 주요 건축물에 이 같은 방식이 적용된다. 프랑스 대표 대형상점인 까르푸 매장 조도는 30% 낮춰 점등한다.

독일은 공공건물의 난방온도를 19℃로 제한하고 건물 복도와 로비 입구에 난방을 금지했다. 공공건물과 야외수영장, 체육관 등에 온수 사용을 금지하고 수영장 온도는 5℃ 낮추기로 했다.

스위스는 가스 배급제 시행을 고려 중이다. 시행하게 된다면 건물의 난방온도는 19℃로 제한하고 온수는 60℃ 이하로 제한한다. 스페인은 자동문 닫힘 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고 이탈리아는 프로축구 리그인 세리에A의 조명 사용을 4시간으로 제한했다.

대부분 국가에서 전기, 가스 요금도 인상한다. 영국은 전기 요금 상한을 10월 중 3549파운드(한화 약 560만 원)로 2.8배 올린다. 영국에 거주하는 교민의 말에 따르면 4인 가구 기준 전기요금이 평균 100만 원 나오던 것이 지금은 2배 가까이 올랐다고 한다.

프랑스도 지난 6월 전기 소매요금을 9% 올렸고, 독일은 22% 올렸다. 유럽은 아니지만, 미국도 22% 올렸고, 일본은 무려 36%나 올렸다.

일부 국가는 겨울철 에너지 대란에 대비하기 위해 땔감까지 찾는 중이다. 아일랜드에선 땔감용 장작의 가격이 한 달 동안 20% 상승했고, 독일에선 목제 난로 등 땔감과 관련한 장비의 재고가 떨어졌다는 말이 나온다.

세계 각국이 에너지 대란에 일찌감치 대비하는 것에 발맞춰 한국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6일 기자들과 티타임에서 "세계적으로 에너지 위기가 생겨 우리나라가 그 리스크 일부를 체험하고 있다"며 "물가 당국과 협의해서 적정 수준에서 가격 신호 정상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에너지를 담당하는 박일준 2차관도 21일 기자 간담회에서 "현재 에너지 비상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요금부터 시장 가격 기능 정상화, 에너지 다소비 구조 변경, 에너지 절약, 법이나 제도 정비 등을 전체적으로 망라해 추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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