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근로시간 선택권' 요구?…노동계 "MZ세대 들러리 세우지 말라"

입력 2022-09-2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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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결정기준 불공정' 의견을 임금체계 개편 요구로 해석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22일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진행된 LG전자, 서울교통공사, 금호타이어, LIG넥스원, 네이버 등 5개 기업 MZ세대 노동조합 간부·조합원들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고용노동부)

임금체계·근로시간제도 개편을 추진 중인 고용노동부의 아전인수식 해석이 논란을 낳고 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22일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LG전자, 서울교통공사, 금호타이어, LIG넥스원, 네이버 등 5개 기업의 MZ세대 노동조합 간부·조합원 9명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직무급·성과급 중심 임금체계 개편, 근로시간 산정기준 전환(주→월)에 대한 청년세대의 공감을 얻기 위함이다.

현재 정부는 임금체계·근로시간제도 개편의 명분 중 하나로 청년세대의 요구를 내세우고 있다. 앞서 블라인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5.6%는 ‘현재 임금 결정기준이 공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또 여가·자기계발, 업무량 변동 등을 이유로 근로시간 조정을 희망하지만, 3명 중 2명은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를 근거로 고용부는 청년세대가 임금체계 개편,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를 바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 접수된 의견에서 근로시간 관련 주된 불만은 ‘장시간 근로’였다. 한 응답자는 “월·화요일에 야근을 많이 하면 52시간 제한으로 수·목·금은 공짜 야근”이라고 지적했고, 다른 응답자는 “매일 아침 6시 30분에 출근해서 밤 12시까지 일하는 게 일상”이라고 토로했다. “서양 선진국은 4~5시면 다 집에 가는데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근로시간이 많을까?”라는 의견도 있었다. 전반적으로 근로시간 산정기준보단 법정 한도를 초과한 ‘불법 야근’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임금체계와 관련해서도 임금체계 개편보단 ‘객관적 인사평가’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정부가 실근로시간 단축 요구를 근로시간 선택권 요구로, 객관적 인사평가 요구를 임금체계 개편 요구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계는 정부가 MZ세대를 ‘들러리’로 이용하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에서 “이번 MZ세대 노조와 간담회는 고용부가 추진하려는 임금·근로시간제도 개선 방향에 명분을 쌓기 위한 수순이 아닌가 의심된다”며 “간담회 직군도 편파적이다. MZ세대가 사무직에만 종사하는 것도 아닌데, 이날 간담회에 참석하는 5개 노조는 모두 사무직 중심 노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노동시장제도 개악에 MZ노조를 들러리 세우는 책동을 중단하라”며 “장시간 노동 근절과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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