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심각하고 장기화할 수 있다는 공포에 뉴욕증시가 폭락했다. 미 노동부가 13일(현지시간)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8.3% 올라 시장예상치(8.0%)를 훨씬 웃돌았다. 이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가 20∼21일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또다시 한번에 0.75%포인트(p)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넘어 1%p까지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가 전날보다 3.94%,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4.32%, 나스닥도 5.16% 떨어졌다. 이들 3대 지수 모두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6월 11일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다.
그 충격에 국내 금융시장도 심하게 요동쳤다. 14일 우리 증시의 코스피지수가 장중 2400이 무너졌다가 전날보다 1.56% 빠진 2411.42에 거래를 마쳤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7.3원이나 오른 1390.9원으로 마감했다. 장중 1395.3원까지 치솟았다.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31일(고가 1422.0원) 이후 13년 5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환율이다.
Fed의 이달 자이언트스텝은 확실하고, 11월 FOMC회의에서도 대폭 금리인상이 예고된다. 미국의 연말 기준금리는 현재 연 2.25∼2.50%에서 최소 3.75∼4.00%로 전망된다. 우리 금리는 지금 2.50%인데, 한국은행은 10월과 11월에도 0.25%p씩 올린다는 입장이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커진다.
국내 경제는 이미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심각한 상황이다. 7월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줄어드는 ‘트리플 감소’를 보였다. 고환율 기조의 수출개선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고 대규모 자금 유출 우려만 커진다. 원자잿값 상승으로 국내 물가상승 압력이 계속 높아진다. 주요국의 긴축에 따른 수요 감퇴로 우리 수출까지 둔화하는 상황이다. 4월 이후 6개월째 무역적자가 이어지고 적자폭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경기 후퇴의 악순환에 대한 우려와 함께, 금융시장 변동성이 증폭되고 있다. 돌파구도 안 보이는 엄중한 위기다.
환율이 치솟아 다시 물가를 자극하는 구조에 우리 또한 고금리가 불가피한데, 가계와 기업의 막대한 부채와 경기 하강 리스크가 통화정책을 제약하는 최대 걸림돌이다. 그럼에도 이미 현실화하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더 심화하지 않도록 전방위적인 정책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비상한 위기감으로 통화·재정 정책의 합리적 조합(組合)이 중요하고, 과감한 규제 혁신, 경제구조 개혁 등으로 성장잠재력과 대외 건전성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금융 및 외환시장 변동성을 줄이면서 환율 폭등으로 불안해지는 외환보유액 문제도 더 큰 경각심을 갖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