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뛰어난 관습 파괴자” 장 뤽 고다르 감독 별세…조력자살 관심도 커져

입력 2022-09-14 17:09수정 2022-09-1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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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규칙, 통념적 서사 깨뜨린 혁명적 감독
‘다수의 불치성 질환’ 앓던 거장, 조력자살로 생 마감
프랑스, ‘죽음 선택 권리’ 국가 차원 토론 돌입

▲2010년 11월 30일 장 뤽 고다르 감독이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디자인그랑프리(Grand Prix Design)에 참석하고 있다. 취리히/AP뉴시스
프랑스 누벨바그의 선봉에 섰던 혁명적 거장 영화감독 장 뤽 고다르가 13일(현지시간) 9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이날 BBC방송에 따르면 고다르의 가족은 성명을 통해 “고다르가 스위스 로잔 인근의 소도시 롤레의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안히 눈을 감았다”고 밝혔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감독 중 한 명인 고다르는 통념적인 서사와 기존의 영화 관습을 깨뜨리는 혁신적 연출로 영화의 규칙을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클로드 샤브롤, 에리크 로메르, 프랑수와 트뤼포 감독 등과 함께 1960년대 누벨바그 운동을 주도했다.

1960년 발표한 ‘네 멋대로 해라’를 통해 카메라를 손에 들고 그 흔들림을 담아내는 ‘핸드헬드’ 기법이나 컷과 컷 사이를 거칠게 뛰어넘는 ‘점프 컷’ 기법 등을 선보이며 영화계에 충격을 안겼다. 이 영화로 그해 열린 제10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고다르는 누벨바그 영화인 중 가장 뛰어난 관습 파괴자이자 천재였다”며 “우리는 오늘 국보를 잃었다”고 애도를 표했다.

고다르의 사인은 의료진이 약물을 처방하되 환자 스스로 약물을 복용, 투약하는 ‘조력자살(assisted suicide)’이다. 고다르의 법률고문인 패트릭 잔느레는 “고다르는 생전 ‘다수의 불치성 질환’을 앓았다”며 “‘존엄하게’ 죽기를 희망한 고인은 스스로의 뜻에 따라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조력자살 방식으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조력자살은 환자의 요청으로 의료진이 직접 환자에게 약물을 주입하는 안락사와 구분된다. 스위스에서는 조력자살이 합법이다.

고다르의 모국 프랑스는 안락사나 조력자살이 여전히 불법이나 프랑스 대통령실은 이날 성명에서 “죽음을 선택할 권리에 대해 국가 차원의 토론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고다르의 죽음을 계기로 프랑스에서도 합법화 논의가 더 활발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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