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삼성전자로 간 수능 수석, 정성택 부사장

입력 2022-08-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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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학교 기업경영트랙 교수

8월 초, 삼성전자가 핵심인재 영입을 발표했다. 그런데 해당 핵심인재는 90년대 중후반 수능시험을 치른 사람들이라면 낯설지 않은 이름, 정성택이었다. 미국에서 학위를 마친 후 스타트업을 통해 신사업에 꾸준히 도전해 왔던 것으로 알려진 그가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인수합병 전략을 위해 부사장으로 합류한 것이다.

정성택 부사장은 1995 대학수능시험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한 이후 다시 1995 서울대 본고사시험에서도 전체 수석을 차지, 수능과 본고사를 치른 세대에는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리고 1998년, 7학기 만에 그는 다시 서울대를 수석으로 조기 졸업했다. 수능 수석, 서울대 본고사 수석, 서울대 수석 졸업은 아직도 그가 유일하다.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전기공학 석·박사 과정을 마친 후 그는 퀄컴, 도이치텔레콤, 맥킨지 미국 본사 등 글로벌 IT 및 전략컨설팅 기업에서 근무했다. 맥킨지에서 3년 반 넘게 경영전략 컨설턴트로 근무했기에 정성택 부사장은 삼성전자 등 국내 IT기업 이외에도 다수의 대기업 인사팀이 영입해야 할 핵심인재, S급 인재로 그간 분류되었다.

대학교수를 선택할 것이라고 예상한 다수의 생각과 달리 이후 그는 글로벌 기업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미국에서 스타트업 창업에 도전했다. ‘모보탭’ 총괄사장을 맡으며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한 그는 기업가정신을 갖고 신사업영역 개척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그가 삼성전자로 간 소식은 기대와 아쉬움이 교차된다.

학력고사부터 지금의 수능까지 전국 수석을 차지한 인물은 교수 및 법조계, 의료계를 택한 반면 대기업 등 현장에 도전한 이는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측면을 고려할 때, 편한 자리를 거부하고 현장에서 스타트업 창업과 성장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 온 그가 글로벌 시장에서 또 다른 혁신을 일으켜 주길 응원한 이는 많았다.

물론, 스타트업 및 글로벌 트렌드를 학습해 온 풍부한 경험을 삼성전자에서 발휘하는 것도 멋진 일이다. 기술과 경영에 대해 정성택 부사장만큼 다양한 노하우를 갖고 있는 이도 드물다. 참고로, 삼성전자는 2017년 하만 인수 후 괄목할 만한 인수합병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정성택 부사장이 맡은 신사업 TF는 이 난제를 풀어야 한다.

정성택 부사장이 새로운 인수합병 성과를 통해 삼성전자의 글로벌 포지션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건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그가 담당할 신사업 TF가 삼성전자의 수장인 한종희 부회장 직속 조직으로 신설된 이유다. 스타트업을 통해 못다 이룬 글로벌 기업의 혁신을 삼성전자에서 실현하는 것도 기업가정신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삼성전자의 문화적 역량에 있다. 과거 2014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성택 부사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강력한 장점으로 신뢰와 협력을 토대로 한 문화적 힘에 있다는 점을 언급한 바 있다. 자금 지원 등에 주력하는 국내 풍토 그리고 법적 분쟁이 빈번한 일반 기업문화와 실리콘밸리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매출 및 이익 등 정량적 성과에선 여타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실리콘밸리를 포함, 글로벌 기업의 수평적 문화, 창의적 문화, 도전적 문화에서 자유분방한 논의와 토론을 경험해 온 핵심인재들이 자신들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이 삼성전자 내부에 조성되었는지는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정성택 부사장 이외 1996 대학수능시험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한 이도 현재 삼성전자에 근무하고 있다. 수능 수석 등의 지표가 더 이상 중요한 건 아니나 그만큼 국내외 최우수 인재들은 이제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의 문을 노크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위상 그리고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핵심 역량을 신뢰하는 이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인재와 문화는 혁신의 선행지표이다. 스타트업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정성택 부사장은 수능 수석이라는 타이틀을 넘어선 혁신 성과를 삼성전자에 남겨야 한다. 삼성전자 역시 더 많은 인재를 아우를 수 있는 유연하고 수평적인 문화적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정성택 부사장 모두 이 무거운 책임을 능히 헤쳐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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