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美 IRA, 주식시장엔 위기이자 기회

입력 2022-08-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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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진 자본시장2부장 대행

1839년부터 1860년까지 이어진 영국과 중국의 아편전쟁은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의 충돌이었고, 일방적인 무역흑자와 천문학적인 무역적자를 보는 국가 간의 전쟁이었다. 로마제국을 필두로 과거 제국들이 무역적자로 인해 무너지거나 전쟁을 겪어온 것을 본 미국은 달러를 기축통화로 만들어 냄으로써, 무역적자의 두려움을 떨쳐냈다. 하지만 미국 역시 무역적자를 넘어 패권을 위협하는 단계로 오면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의 시작인 플라자합의가 한 예다. 이런 미국이 이번에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ㆍIRA)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에 본격적인 칼을 빼 들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전기차 생산을 비롯해 중국산 광물을 사용한 배터리는 앞으로 미국에서는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를 두고 여러 분석과 전망이 난무하고 있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분석과 전망은 첫째, 삼원계 배터리로 불리는 NCM(니켈ㆍ코발트ㆍ망간) 배터리가 아닌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로 가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NCM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 중 코발트, 망간 등 희귀금속은 콩고 등 아프리카에만 있는데, 이미 중국이 모두 선점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 광물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삼원계(니켈ㆍ코발트ㆍ망간) 배터리를 생산할 수 없다. 결국, 미국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현재 배터리 중에서는 LFP 배터리 말고는 답이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둘째, 미국의 의도는 종국에는 전기차 대중화와 폐쇄주의로의 회귀에 따른 자국 제조업을 부활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에 사용되는 광물은 미국 동맹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가장 흔한 광물들이다. NCM 배터리는 중국이 광물을 독점하고 있다 보니, 배터리 원가를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인산철 광물들은 너무 흔한 광물이라 충분히 원가를 낮출 수 있다고 한다.

미국 정부는 이를 통해 전기차 가격을 낮춰, 전기차 대중화를 꾀하려 한다고 분석한다. 현재는 최소 5000만 원대 이상인 전기차는 고소득층이나 마니아층에만 국한된 시장이다. 하지만 이를 2000~3000만 원대로 낮추게 되면 내연기관이 주를 이루는 자동차 시장을 전기차 시장으로 판을 바꿀 수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생산 공장을 미국으로 유인한 상황에서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바뀐다면 자동차 제조업을 다시 부흥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대기업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은 위기이자 기회다. 배터리 표준이 삼원계에서 리튬인산철로 바뀔 경우, 그동안 집중해 온 삼원계 배터리 투자는 물거품이 되고, 신규로 LFP 배터리에 대규모 투자를 또다시 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국내 업체들뿐 아니라 일본 등 다른 국가의 경쟁 배터리 업체들도 같은 조건이기 때문에 반대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번 기회에 중국에 밀린 배터리 업체들이 세계 1위 기업으로 올라설 수도 있다.

코스닥에서도 배터리 장비 업체들에는 기회다. 신규 투자가 봇물이 터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광물이나 배터리 원자재 업체들 역시 독과점하는 중국 업체들의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 물론 내연기관 차 부품 업체들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 현대차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 중에서 전기차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앞서가고 있지만, 내연기관차 부품에서 전기차 부품으로 변화하지 못하면 상당수 업체가 도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차에 들어가는 부품은 약 3만 개에 달하지만,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 수는 1만8900개 정도로 줄어든다고 한다. 반면 전자부품 업체가 자동차 부품 업체로 변모하는 상장사들도 늘어날 것이다. 실제로 핸드폰이나 PC에 들어가는 부품을 생산하던 업체가 전기차 업체로 공급이 늘어나는 일도 있다. 또 사출 성형기 업체도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성장세를 보이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주식시장에서는 지는 상장사도 나오겠지만 뜨는 상장사들도 나올 것이다. 현대차나 대기업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 역시 새로운 판이 바뀌는 상황에서 오히려 중국을 꺾은 세계 1위 기업이 나올 수도 있다.

다만 걱정은 대한민국 국민의 일자리다. 대기업들이 미국 현지 공장을 세운다는 것은 국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와 기업은 미국 못지않게 한국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특히 기업들이 상황과 경기 흐름에 맞춰 채용과 감원을 할 수 있어야 일자리 증발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두 가지뿐인 고용 형태를 산업계의 수요에 맞춰 다양화하고 ‘주 52시간 근로제’와 같은 노동 시간과 관련한 규제를 없애는 등의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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