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법인세 논쟁,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가?

입력 2022-08-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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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

세금에서의 많은 논쟁은 시간이 지나도 그칠 줄 모르고 되풀이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세제개편안 역시 여러 도돌이표 논란을 포함한다. 그중 하나가 법인세 인하 문제다. 이번 개편안은 현재 4단계로 된 법인세 세율구조를 2단계(중소기업은 3단계)로 줄이고 세율은 최대 25%에서 22%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인세 인하를 주장하는 측의 고갱이는 법인세를 줄이면 기업 이익이 늘어나고 늘어난 이익은 투자 확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세수도 증가할 거라 본다. 정부는 이런 논리를 그대로 설파한다. 정말 그럴까?

얼핏 인하론자들의 주장은 그럴듯하게 들린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일단 직관적으로 생각해보자. 법인세를 낮춰 기업 이익이 100억 원에서 120억 원으로 증가한다고 20억 원만큼 곧바로 투자가 늘어날까? 자녀에게 1만 원을 용돈으로 주다가 2000원을 더 주면 2000원만큼 지출이 늘기 마련이다. 이 사례는 투자가 증가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예를 바꿔 8억 원짜리 집을 매수하려는 사람의 연 소득이 5천만 원일 때 소득이 20% 늘면 증가분이 매수 용도로 쓰일까? 모아놓은 다른 충분한 재산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기업 투자도 마찬가지다. 법인세 감소로 세후 이익이 늘더라도 실제 투자로 이어질지는 우선 투자 단위 규모에 영향을 받는다. 이것도 투자에 영향을 주는 다른 요인들이 대체로 긍정적이라는 전제에서 통하는 말이다.

집을 살 때 매수자는 내부와 외부 여건을 모두 고려한다. 매수자가 가진 재산의 규모, 연 소득, 소비 수준은 내부 요인이다. 주택가격의 적정성, 가격 전망, 위치, 전체 세대수, 연식, 교통, 학군 등은 외부 요인에 해당한다. 기업 투자도 마찬가지다. 안으로는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금, 부채비율, 신용 상태 등을 고려하고 밖으로는 금리, 환율, 생산한 제품에 대한 소비나 수출 관련 수요, 생산성, 외부자금 조달 가능 여부, 경제성장률을 따진다. 한마디로 법인세라는 변수 하나만으로 기업 투자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학계의 실증분석 결과는 위의 생각을 뒷받침한다. 사실 지겹도록 반복된 주제인 탓에 연구는 꽤 많이 축적되어 있다. 국내외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법인세 인하와 투자의 상관성 여부를 명확히 잘라 말할 수 없다. 법인세 인하가 투자에 영향을 준다고 분석한 연구도 있지만, 영향이 없다는 연구도 다수다. 또 상관성이 있더라도 미미해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결과도 있다. 그런데 법인세 인하론자들은 유리한 연구만을 근거로 제시한다. 얼마 전 기획재정부도 법인세 인하의 투자 효과는 여러 실증 연구에서 입증된 사실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런 식의 태도는 저잣거리 말싸움 수준밖에 안 된다.

정답이 밖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흔히 다른 나라의 예를 참고한다. 주요국의 명목 최고세율은 프랑스 28.4%, 일본 23.2%, 미국 21.0%, 영국 19.0%다. 이 자료를 놓고 한국이 높은 편이니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수치는 중앙정부에서 매기는 세율로 지방정부가 과세하는 것은 포함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지방소득세(법인분)까지 합하면 27.5%다. 연방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과 같은 나라는 주마다 세율이 다르다. 세율이 높은 주들은 8%에서 11.5% 정도다. 일부 주는 아예 법인세가 없다고 알려져 있는데 널리 퍼진 오해다. 법인세 대신 총수입세(gross receipts tax)가 있는 까닭이다. 기본적으로 소득이 아닌 매출액에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라 오히려 일부 기업에 가혹하다. 그래서 위헌 시비도 자주 있었다. 일본은 29.7%, 독일 29.9% 등으로 우리보다 높다.

법인세 논쟁에서의 구태를 언제까지 되풀이할 셈인가? 이번 개편안의 바른 언명은 전체 83만여 법인 중 과세표준이 3000억 원이 넘는 80개사(2020년 신고 기준)의 세 부담을 그냥 낮추겠다는 것이다. 솔직하게 표현하고 동의를 구해야지 검증되지도 않은 갖은 미사여구로 국민의 눈을 흐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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