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인권침해"…형제복지원 사건, 35년 만에 진실규명

입력 2022-08-24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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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정근식 위원장(왼쪽)이 24일 중구 위원회 사무실에서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결론내렸다.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35년 만에 국가 기관이 처음으로 '국가 폭력에 따른 인권침해 사건'으로 정의하고, 수용자들을 피해자로 인정한 것이다.

진실화해위는 24일 오전 위원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부랑인 단속부터 수용, 시설 운영 등 전반적인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60년 7월 20일 형제육아원 설립부터 1992년 8월 20일 정신요양원이 폐쇄되기까지 경찰 등 공권력이 부랑인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민간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한 사건이다. 이곳에서 강제노역과 폭행, 가혹행위, 사망, 실종 등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가 벌어졌다. 형제복지원 입소자는 1975년부터 1986년까지 총 3만8000여 명이다.

진실화해위는 처음으로 사망자 통계와 명단 등 14건을 검토해 1975∼1988년 형제복지원 사망자가 기존에 알려진 552명보다 105명 더 많다는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수용자 응급 후송 중 사망한 사례나 사망진단서가 조작된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형제복지원은 사망자 발생 시 북구청·부산시 등 관할 당국에 보고해야 했지만, 실제 보고 명단에 상당수의 사망자를 누락하고 신원정보를 잘못 기재했다.

또 입소기록에 무연고자로 기재돼 있음에도 사망자 기록에는 '연고자 시신 인계'로 쓰는 등 조작이 있었고, 일부 사망자를 형제복지원 뒷산에 암매장했다는 사실도 검찰 수사 기록과 유가족 진술을 통해 확인됐다.

진실화해위는 부산경찰청 소속 경찰서에 보존된 '즉심사건부', '구류자명부' 등을 분석한 결과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거나 무전취식 등 경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적법절차에 따르지 않고 형제복지원에 무기한 수용한 사례를 확인했다.

▲24일 중구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 생존자들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국가는 형제복지원의 실상을 알면서도 묵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1982년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피해자 가족이 정부와 수사기관에 수사를 촉구했지만, 오히려 진정인이 무고죄로 고소를 당하고 실형을 선고받았다. 1987년 형제복지원 사건이 알려지고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에도 보건사회부는 부랑인 강제수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진실화해위는 "부산시와 경찰, 안기부 등 부산 지역 모든 기관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축소, 은폐했다"며 "특히 부산시는 피해자와 가족들의 진정과 소송을 회유하고 원장과 측근들이 다시 형제복지원 법인을 장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가가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피해회복 및 트라우마 치유 지원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국가가 각종 시설의 수용 및 운영 과정에서 피수용자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국회는 유엔 강제 실종 방지협약을 조속히 비준 동의하라고 요구했다.

부산시에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조사 및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를 위해 예산·규정·조직을 정비하라고 권고했다.

위원회는 2020년 12월 10일 형제복지원 사건을 1호 사건으로 접수하고 지난해 5월 조사를 개시했다. 이번 진실규명은 전체 신청자 544명 중 작년 2월까지 접수된 191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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