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활동, 팬데믹 이후 가장 가파른 둔화...유럽·아시아도 꺾여

입력 2022-08-2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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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조·서비스 합성 PMI, 2년여 만에 최저치
유로존과 일본, 호주 등도 기업활동 위축 국면
경기침체 없다던 백악관, 성장 전망치 낮춰
올해 GDP 성장률 전망 1.4%…3월 대비 반 토막

▲미국 미시간주 웨인의 주문형 생산 공장에서 노동자가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웨인/AP뉴시스
미국 기업활동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후 가장 가파르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경기침체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던 백악관도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유럽과 아시아도 미국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 세계적으로 ‘R(리세션·경기침체)의 공포’를 다시 고조시키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제조업과 서비스를 통합한 합성 구매관리자지수(PMI) 8월 예비치는 45.0로 7월의 47.7에서 하락했다. 이는 팬데믹 셧다운 충격에 빠진 2020년 5월 이후 최저치다. PMI는 5개월 연속 하락한 데 이어 2개월째 경기 위축 국면에 들어갔다. 통상 PMI가 50을 넘지 못하면 경기 위축 상태인 것으로 판단한다.

특히 이달 들어 서비스업 부진이 심해졌다. 서비스업 PMI는 44.1을 기록해 전월보다 3.2포인트 떨어졌다. 경기침체 가능성이 고조되자 수요가 줄었고, 서비스업 위축으로 이어졌다. 시안 존스 S&P글로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서비스 신규 주문이 위축 국면에 머물면서 민간 부문 전반에 불안이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기업활동 위축은 세계 다른 곳에서도 나타났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합성 PMI는 7월 49.9에서 8월 49.2로 떨어지면서 1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제조업 PMI는 3개월 연속 하락했고 서비스 PMI는 경기 위축 국면을 겨우 피하는 수준이었다.

앤드루 하커 S&P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공장들은 팔리지 않은 상품들이 쌓여간다고 보고하고 있고 유로존의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모두 신규 주문이 감소했다”며 “이는 앞으로 몇 달간 유로존 경제가 약해질 것임을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S&P글로벌의 PMI는 일본과 호주도 8월 기업활동이 연초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다시 위축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가리켰다.

한편 지난달 2분기 국내총생산(GDP) 발표를 앞두고 경기침체를 강하게 부정했던 백악관은 한발 뒤로 물러난 모습을 보인다.

백악관 예산관리국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올해 GDP 성장률이 1.4%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3월 예산안 제출 당시 제시한 3.8%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성적이다.

올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전망치는 3월 2.9%에서 6.6%로 상향 조정했다. 당국은 이 같은 수정 이유로 오미크론 변이 확산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꼽았다.

대신 예산관리국은 예산 정책을 통해 올해부터 10년간 연방 재정 적자 규모가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내년부터 실제 재정 적자가 백악관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을 것”이라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연방 부채에 대한 이자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지난달만 해도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GDP 발표를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부터 재닛 옐런 재무장관,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까지 나서서 이를 주장하며 공개적으로 시장을 달랬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실업률은 3.6%로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며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을 것이고 우린 가파른 성장에서 꾸준한 성장으로 이어 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7월 신규주택 판매가 전월 대비 12.6% 감소로 시장 전망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등 경기침체 신호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래리 커들로 전 NEC 위원장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올해 상반기 미국 GDP는 감소했고 경기 선행 지표인 주택 시장에선 엄청난 침체를 목격했다”며 “미국은 경기침체 상태이거나 경기침체 바로 앞에 놓였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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