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한달새 50% 이상 급등
전 세계적인 경기불황으로 인한 수요감소로 하락했던 국제원유가격과 원자재가격이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장기국채 매입 결정으로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특히 원유와 원자재 시장에서 일시적으로 이동했던 투자자금이 재유입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처지고 있다.
24일 한국석유공사과 한국광물자원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수요 감소로 하향 안정화되던 국제유가와 원자재가격이 최근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서 한달 전에 비해 20~50%까지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가격은 올해들어서도 꾸준히 하락세를 유지했으나 지난달 12일 배럴당 33.98달러를 기록한 이후 상승기조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WTI는 3월23일 현재 배럴당 53.80달러로 58.33% 급등했다.
우리나라가 주로 도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인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지난 2월19일 배럴당 40.10달러로 저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3월23일 현재 배럴당 49.61달러를 기록, 한달여만에 23.72% 상승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석유제품수요가 감소한 상황에서 최근의 가격 상승을 석유시장의 수급문제로만 볼 수 없다"며 "주식회복에 따른 기대감과 달러 약세로 인해 유가가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WTI 가격 상승은 그동안 미국 시장의 내부적 문제로 왜곡돼 있던 가격이 제자리로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국제유가 뿐만 아니라 원자재가격도 역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기동은 23일 현재 t당 4046달러에 거래돼 한달 전보다 27.57%(t당 874.50 달러) 상승했다. 납도 지난 2월23일보다 31.29%(322달러)오른 t당 1351달러에 거래됐다.
알루미늄과 아연 가격도 10% 이상 상승했다. 알루미늄은 t당 1440달러에 거래돼 10.60%(138달러) 상승했으며 아연은 t당 1285.50달러에 거래돼 18.15%(197.50달러) 올랐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경기부양정책과 미 FRB의 장기국채 매입안 발표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정책으로 꾸준히 수요가 늘어나면서 원유나 원자재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미 FRB의 장기국채 매입안 발표에 따른 달러화 약세도 가격 상승폭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유사 등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SK에너지는 23일 주당 9만600원으로 장을 마감해 전일대비 2600원(2.95%) 상승했다. 에쓰오일도 5만9000원으로 마감해 전일보다 800원(1.37%) 올랐다.
이준규 푸르덴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화 되고 국제유가가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정유업종이 우수한 수익성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고려아연, 풍산 등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됐다.
김정욱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달러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원자재 가격과 원자재주의 강세도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지난해 상반기와 같이 원유시장에 투기자금이 재유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현 유가시점이 저점에 도달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경기회복시 수요회복 가능성, 유가하락 및 자금경색에 따른 투자부진과 프로젝트 연기 등으로 중장기 공급사정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어 유가반등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경지가 정상수준으로 회복되고 중장기적으로 석유가 금융자산으로의 강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금을 대신할 금융자산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