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Z세대의 좌절] 중국 현대사 가장 불행한 세대…인생 황금기에 일자리 없어

입력 2022-08-22 06:0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올 여름 1080만명 대학 졸업...사상 최대
청년실업률 19.9%로 역대 최대
중국 2분기 성장률 0.4% 불과
골드만삭스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 3%로 하향
교육수준 가장 높은 Z세대, 가장 불행한 세대로 평가

중국 청년들의 수난시대다.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들이 마주한 사회는 최악의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다. 좋은 일자리조차 구하기 힘든 현실에서 미래를 꿈꾸는 건 사치다. 특히 1997~2012년 사이 태어난 Z세대는 중국 현대사에서 가장 불행한 세대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최근 블룸버그통신이 진단했다.

중국 Z세대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올해 여름 중국 대학 졸업자는 1080만 명으로 사상 최대에 달할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發) 도시 봉쇄와 부동산 경기 위축, 각종 기업 규제 여파로 최악의 시기를 겪고 있다. 중국의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4%에 그쳐 전문가 전망치 1.0%에도 못 미쳤다. 시장은 중국 정부가 올해 목표로 삼은 연간 성장률 5.5%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줄줄이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종전 3.3%에서 3%로, 노무라는 3.3%에서 2.8%로 대폭 낮췄다.

중국 경기둔화는 당장 청년들의 일자리에 타격을 가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7월 청년실업률이 19.9%로 전달보다 0.6%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도시 실업률은 5.4%로 전달보다 0.1%포인트 낮아졌지만 16~24세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또 이는 미국 청년실업률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당국의 도시 봉쇄 조치가 풀렸지만, 고용시장의 구조적 불균형이 청년들의 구직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제조업 일자리가 넘쳐나는 반면 청년들은 이에 필요한 기술 등을 훈련받지 못했다. 일종의 전공·일자리 불일치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가장 취약한 분야가 제조업이라는 점도 매력을 떨어뜨린다.

암울한 현실은 중국의 Z세대가 스스로를 가장 불행한 세대라고 느끼는 배경이 되고 있다. 격동의 시기였던 문화대혁명 이후 태어난 X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중국의 기록적인 경제 성장 물결을 타고 계층 사다리를 올랐다. 수요가 부족한 노동시장은 부동산 붐과 함께 당시 청년층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하지만 Z세대는 이런 현실이 자신들과 거리가 멀다고 느끼고 있다. 역사상 가장 교육수준이 높고, 혁신적 기술 습득력도 가장 높은 세대로 꼽히지만, 정작 경제성장의 과실을 전혀 누리지 못하는 불행한 세대로 자신들을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구조적 불평등에 직면한 중국 Z세대는 눈을 낮추며 현실에 적응하고 있다. 혁신적이고 높은 연봉이 보장된 민간기업 대신 공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취업정보업체 51잡에 따르면 중국 대졸자의 약 39%가 국영기업 취업을 1지망으로 꼽았다. 공무원을 1지망으로 선호하는 대졸자는 28%였다. 중국 경기침체로 민간 기업들이 인력을 해고할 가능성이 커지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공공기관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청년층의 희망연봉도 줄어들고 있다. 또 다른 채용정보업체 질리안(Zhilian)이 올해 4월 설문 조사한 결과 대졸자가 기대하는 초봉은 전년 대비 6% 떨어진 월 6295위안(약 122만 원)으로 집계됐다.

중국 산업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했던 민간 부문 기피 현상은 결국 전체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중국 경제 호황은 공공부문의 일자리 비중이 40%에서 10%로 감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중국 국영기업이 모두 비생산적이라고 할 수 없지만 민간기업에 비해 효율과 혁신 면에서 떨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올해 하반기 성장세를 회복하더라도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청년 실업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Z세대의 좌절이 팽배한 중국의 미래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