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역에 가고 싶다] 도르래 쌍미닫이 남아있는 ‘반곡역’

입력 2022-08-1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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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곡역은 일제강점기 임산 자원 수탈을 위해 1941년 7월 1일 중앙선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하였다. 1974년 3월 소화물 취급이 중단되고 2007년 6월 여객 취급까지 중지되며 점차 잊히게 됐다. 원주혁신도시개발로 7년 만에 여객영업을 다시 시작했다가, 2021년 1월 5일 중앙선 개량 구간이 개통되면서 정말 은퇴를 맞이하게 되었다.

역사는 대합실과 역무실 돌출부, 그 위에 얹어진 박공지붕과 차양 등 간이역의 기본을 알맞게 갖춘 모습이다. 전형적인 역사에 비해 높이 솟은 박공지붕이 특징으로 간이역은 아니지만, 간이역 표준 설계 가운데 하나인 도르래 달린 쌍미닫이문 원형이 남아 있는 유일한 곳이다. 큰 창을 통해 들어오는 강원도 햇살이 가장 잘 어울리는 역사다. 한국전쟁 때는 인민군이 장악하여 전투가 벌어지기도 했던 곳으로 옛 지방 역사의 분위기를 잘 간직하고 있어 드라마나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근대기 철도 역사 건물 구조와 건축 기술을 잘 보여주는 가치가 높아 2005년 등록문화재 제165호로 지정되었다.

반곡역 주위엔 유난히 나무가 많다. 벚나무와 은행나무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역사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나무가 늘 함께하고 있다. 그래서 봄에 가장 아름다운 역사이다. 때문에 2021년 중앙선 복선화 공사가 마무리되어 은퇴를 맞이한 반곡역과 중앙선 폐선 부지를 활용한 관광코스 개발이 한창이다. 특히 높이가 백척(약 30m)이라 백척교라고도 불리는 길아천철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철교이자 마지막 남은 철탑 교량이다. 1942년 4월 중앙선 개통과 함께 설치되어 1996년 철도개량공사로 철거되기까지, 한국전쟁으로 폭파되고 또 미국 공병대에 의해 복구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온 단어 그대로 역사의 탑이다. 지금은 새로 건설된 신길아천철교 옆에 교각만이 남아 있지만 그 위용만큼은 오늘날에도 변함이 없다.

똬리란 짐을 머리에 일 때 머리에 받치는 고리나 둥글게 말아 올린 모양을 뜻하는 말이다. 둥근 고리, 그 모양 때문에 똬리굴이라고도 불리는 터널이 있다. 바로 금대 2터널이다. 역 간의 높은 고도차 때문에 산을 한 바퀴 크게 돌면서 점차 고도를 높이는 루프식 터널로, 세계적으로도 그 희소성이 높아 철도여행 명소로 사랑받는 곳이다. 그러나 1940년대, 산속 깊은 곳에 이러한 터널을 만들었다는 것은 누군가의 목숨을 담보로 벌인 모험이 아닐 수 없었다. 때문에 터널은 수많은 마을 주민들이 공사장으로 끌려갔던 참혹한 희생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반곡역에 얽힌 가슴 아픈 철도역사가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반곡역 미술공간 만들기 사업’을 통해 역사 갤러리와 소공원으로 만들어졌다. 우리 철도 역사의 이야기가 사진 자료와 함께 지역 작가들의 조각, 설치미술로 탄생하면서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전시관이 된 것이다.

자료=국가철도공단 ‘한국의 철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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