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잿값 뛴 만큼 단가에 반영 '납품단가 연동제' 시범운용…中企 숨통 트이나

입력 2022-08-11 17:51수정 2022-08-1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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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논의 14년만에 시범사업
납품대금 적정 조정 특별약정서 도입
26일까지 참여기업 모집 내달 본격 시행
6개월 모니터링 제도 개선점 반영
중소기업 협상력 떨어져 제도 실효성 의문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1일 ‘납품단가 연동제 TF 회의’를 연 뒤 서울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납품대금 연동제 시범운영 방안’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11일 발표한 ‘납품단가 연동제 시범운영 방안’은 14년 동안 공회전 한 제도의 얼개를 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이번 협의가 기업간 ‘협의’와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어 중소기업이 대기업과의 논의 테이블에서 얼마나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날 ‘납품단가 연동제 TF 회의’를 연 뒤 브리핑을 열고 ‘납품대금 연동제 시범운영 방안’을 발표했다.

납품단가연동제는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위탁기업이 하도급 계약기간 중 원부자재 가격이 변동되면 이를 반영해 원사업자가 납품단가를 인상해주는 제도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불공정하도급 관행 개선 방안 중 하나로 논의가 본격화된지 14년만의 시범운영이다.

올해 납품단가 연동제는 민생 현안으로 급부상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소기업들이 존폐 기로에 놓인 현실을 호소했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새 정부의 기조가 더해지면서 시범사업 도입이 속도를 냈다.

"기업 간 사전 협의로 특별약정서 만들어야"

이번 방안의 핵심은 중소기업의 납품대금이 적정하게 조정될 수 있게 특별약정서를 도입한 점이다. 특별약정서는 목적과 정의, 효력 등에 대해 규정하는 본문과 납품대금 연동에 필요한 사항을 기업이 기재하는 별첨으로 구성된다. 특별약정서를 활용하면 수·위탁기업이 원하는 납품대금 연동제를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중기부는 보고 있다. 약정서 기재사항은 물품명을 비롯해 △주요 원재료 △가격 기준지표 △조정요건 △조정주기 △납품대금 연동 산식 등이다.

예를 들어 동(銅) 케이블을 제작하는 중소기업이 동을 원재료로 많이 사용하는 경우 기업간 협의로 런던금속거래소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의 지표를 지정한 뒤 '매월 1일'을 조정일로 지정하고, 조정요건은 '±3% 변동시' 등으로 설정하는 방식이다. 또 ‘톤당 동 가격 변동금액에 동의 중량을 곱한 값으로 납품대금 조정금액을 산출한다’ 등의 방식으로 연동 산식을 협의할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시범운영에서 ‘대기업 등의 자율적인 참여’를 위해 오는 26일까지 참여기업을 모집한다. 참여가 저조할 수 있다는 일각에 우려에 대한 이날 이 장관은 관심을 보이는 중견, 대기업들이 많은 만큼 20~30개 기업을 충분히 모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정부가 납품단가 연동제를 법적으로 제도화 하기 전에 시범사업부터 서두른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협의를 끌어내기 위한 의도가 크다. 14년동안 진척이 없었던 제도 도입을 법으로 강제화 할 경우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정기환 중기부 상생협력정책관은 “이번 시범운영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의 ‘툴’을 처음으로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크다”며 “이번 시범운영을 준비해온 과정 자체가 하나의 상생이었다”고 평가했다.

중기업계 환영, 일각에선 실효성에 의문

중기부는 앞으로 시범사업 6개월 동안 모니터링 한 뒤 제도를 개선 및 반영할 계획이다. 법제화 이후에도 시범운영을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한 문화로서 연동제가 정착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중소기업계는 환영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여야가 납품단가 연동제 조기 입법을 합의한 상황에서 주무부처가 입법에 발맞춰 시범실시를 추진하는 것은 제도의 효과적 도입과 안정적 정착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시범운영이 기업간 ‘협의’와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어 실효성을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별약정서에서 원재료, 조정주기, 조정 요건 등의 항목을 기업이 협의해 설정해야 하는데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적지 않을 수 있다. 한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은 협상 테이블에서 교섭력이 떨어져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가기가 어려워 사실상 허울뿐인 제도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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