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거] “TV보다 낫네”...유튜브는 ‘개그맨 전성시대’

입력 2022-08-1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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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유튜브도 볼 게 없네”라며 지루해하던 중, 느슨해진 유튜브 시장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채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개그맨들의 선보이는 코미디 채널입니다.

구독자 200만을 넘긴 스케치 코미디 채널 ‘숏박스’, 구독자 100만을 넘긴 사회풍자형 개그 채널 ‘너덜트’, ‘2032년’ 콘텐츠로 유명한 개그 채널 ‘킥서비스’ 등 소위 ‘대박’을 터뜨린 개그 채널만 해도 수십 개입니다. 인기가 많은 영상의 경우 조회수 1000만 회를 훌쩍 넘긴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최근 몇 년간 국내 코미디 시장은 암흑기였습니다. 2017년에는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이, 2020년에는 KBS ‘개그콘서트’가 막을 내렸습니다. 전설 같던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진 것인데요.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상황극과 관객이 주가 됐던 개그 프로그램은 사라지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개그맨들이 주요 무대였던 TV 대신 유튜브로 자리를 옮기면서 상황은 반전됐습니다. 이제는 TV가 아닌 유튜브에서 한국 코미디의 ‘제2의 전성기’가 시작된 분위기입니다.

유튜브 개그 콘텐츠의 원조는 개그맨 강유미라 할 수 있습니다. 강유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강유미 좋아서 하는 채널’은 약 5년 전부터 운영됐는데요. ASMR 버전으로 한 상황극 콘텐츠를 올리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못지않은 상황극 세계관은 유튜브 시청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게다가 ‘현실 고증’에 가까운 세밀한 현실 묘사와 연기는 ‘역시 코미디언’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도 했죠. ‘도믿걸’(길에서 포교활동을 하는 사이비 종교 신도) 캐릭터를 연기한 영상은 “베풀어주실 수 있으시겠어요”라는 전설적인 유행어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TV 코미디 시장이 침체하자 여러 개그맨이 유튜브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그중 채널 매드몬스터가 대표적입니다.

매드몬스터는 본래 KBS 개그맨 출신 이창호와 곽범이 ‘매드몬스터’라는 아이돌 콘셉트로 운영하는 개그 채널입니다. 과한 카메라 앱 ‘필터’와 광기 서린 아이돌 세계관이 되레 시청자들의 웃음을 끌어내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SBS와 KBS 공채 개그맨들이 운영하는 채널 ‘피식대학’ 유튜브 개그 채널의 선두주자입니다. 이 채널에서 개그맨 김해준이 느끼한 카페 사장 ‘최준’을 연기한 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개그맨들이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으로 역진출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시청자들은 왜 유튜브에 올라온 코미디 콘텐츠에 열광할까요? 시청자들은 ‘하이퍼리얼리즘’에 가까운 개그 콘텐츠라는 점에 열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튜브에서 인기 있는 대다수 개그 채널들은 모두 생활밀착형이면서 사회 풍자적인 콘텐츠를 게시하고 있습니다. 현실에서 있을 법한, 또는 현실에서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지점들을 재밌고 통쾌하게 다뤘다는 점에서 이를 높이 평가하는 것이죠.

실제 개그와 사회 풍자를 적절히 잘 조합한 영상에 달린 반응은 폭발적입니다. 예컨대 킥서비스의 ‘2032년 감성 카페’라는 영상은 요즘 SNS에서 유행하는 ‘감성 카페’를 블랙 코미디 형태로 나타냈는데요. 공감한 시청자들이 “지금 이 대로면 10년 뒤엔 딱 이럴 거다”, “인스타 감성 카페 나만 불편한 거 아니었네”, “극단적이면서도 현실 고증 잘한 거 너무 좋다”, “팩트 폭격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편 신인 개그맨들이 주류를 이뤘던 유튜브 개그 채널에 최근에는 소위 ‘스타급’ 방송인들도 합세하는 분위기입니다.

얼마 전 개그 채널 ‘너덜트’의 한 상황극 영상에는 방송인 하하와 정준하가 출연했습니다. 하하는 ‘온라인 게임에 빠진 취준생’ 역할을, 정준하는 ‘억울한 동네 형’ 역할을 맡아 화제가 됐었는데요.

긴장되는 연출과 소름 돋는 연기, 그리고 신선한 소재 덕분에 이들을 TV 프로그램에서 볼 때보다 더 좋았다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좋은 연출자를 만나니 콩트 퀄리티가 다르다”, “연기 정말 잘한다”며 칭찬 일색인 댓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유튜브는 TV에 한정됐던 개그맨들에게 더욱 자유로운 무대가 될지도 모릅니다. 물리적인 개그 무대가 없어도, 언제 어디서나 시청자들에게 개그를 선보일 수 있으니까요. 과연 유튜브 개그 채널들은 한국 코미디계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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