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휴가에서 복귀한 윤석열 대통령의 일성이다. 잇딴 헛발질과 정책 혼선에 지지율이 곤두박질치자 한껏 자세를 낮춘 것이다. 거대 야당과의 협치에도 나설 방침이다. 지지율 반등을 위한 국정 기조 변화를 시사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저치인 24%(한국갤럽 여론조사, 2~4일 만 18세 이상 1001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까지 ‘바닥 없이’ 떨어진 데는 준비 안 된 여러 정책 혼선이 자리하고 있다.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의 경우 여론의 뭇매를 맞고 공론화에 나서는 것으로 후퇴했고,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와 최저임금 업종·규모별 차등적용도 추진 촉매제로 삼았던 국민제안이 흐지부지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물론 취학연령을 낮추는 학제개편은 공론화를 시도한다고 한 만큼 추진 여지를 남긴 상태고,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국무조정실 규제심판회의 첫 의제로 올라 각계 의견 수렴과 온라인 투표 등 공론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저임금 차등적용도 규제심판회의의 차기 의제로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
용산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학제개편은 대통령이 힘을 실은 게 이른 감이 있었던 것”이라고 시인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각계 의견을 들어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 것이고 일방적 결정은 내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공약했던 세종 제2집무실 추진도 다소 후퇴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발표했던 2027년 세종의사당 개원과 함께 제2집무실을 건립한다는 큰 틀은 바뀌지지 않았지만 그 사이에 임시 집무실을 마련한다는 계획은 무산시켰다. 경제위기 상황을 고려해 예산 낭비를 막는다는 이유에서다. 성난 세종 민심을 가라앉히기 위해 국민의힘 지도부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현장을 찾기도 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원 장관이 재차 강조한 것처럼 인수위에서 발표한 큰 틀의 로드맵은 그대로 추진하는 것이라 후퇴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에 발표될 환경규제 개편도 당정협의에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추진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 정책 추진 과정에서 여러 차례 혼선이 되풀이되다 보니 일방통행보다 사회적 논의에 방점을 찍게 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회와의 소통에 본격 나선다. 오는 19일 국회의장단을 초청해 만찬을 갖는 게 출발점이다. 줄줄이 예정돼있는 9월 정기국회와 10월 국정감사, 11월 첫 예산안 심사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이상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소야대 상황이라 야당의 협조 없이는 국정운영이 여의치 않은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협치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대통령의 언론 소통 기회를 늘리고, 정무수석실을 중심으로 야당과의 접촉면도 넓힌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회견) 외 기자간담회 등 추가 소통기회를 마련할 것이고, 야당과의 소통도 인력을 늘려 더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