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같은 달러 페그인데...사우디와 홍콩 희비 엇갈린 이유는

입력 2022-07-29 14:44수정 2022-07-2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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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얄과 홍콩달러, 그간 달러 연동돼 안정적으로 거래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와 연준 긴축 가속에 상황 달라져
유가 상승에 재정 개선된 사우디는 안정적 유지
제로 코로나에 차입 부담도 커진 홍콩은 불안

▲미국 노스 앤도버의 한 은행에서 직원이 달러 지폐를 세고 있다. 노스 앤도버/AP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 리얄과 홍콩 홍콩달러는 모두 미국 달러에 연동돼 거래되는 '페그제' 화폐라는 공통점이 있다. 페그제를 적용하면 대외 변수로부터 지나친 환율 변동을 막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장기화하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경기침체를 위협하고 미국이 긴축을 가속하면서 사우디와 홍콩 통화 가치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사우디, 10년 만의 재정 흑자ㆍ경상수지 개선에 안정적 통화 거래

사우디의 경우 석유 판매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수익이 유지되면서 리얄 가치도 큰 변동이 없는 상태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달러당 리얄은 3.75리얄 선에 머물면서 2013년 6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리얄 페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과 이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에 한때 무너질 위기도 있었지만, 이후 수요 회복 속에 유가가 상승하면서 다시 안정을 찾았다. 배럴당 100달러 넘는 유가에 힘입어 사우디는 거의 10년 만에 재정 흑자를 달성하고 경상수지는 15% 개선됐다.

에미레이트NBD은행의 에드워드 벨 시장총괄은 “올해 고유가로 인해 사우디의 강력한 경상수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는 페그의 생존력을 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사우디 리얄 12개월 선도환율(검정)과 브렌트유 가격 추이. 28일(현지시간) 기준. 브렌트유 107.14달러 선도환율 3.7495리얄. 출처 블룸버그.
사우디는 전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따라 기준금리를 75bp(1bp=0.01%p) 인상했다. 금리 인상은 올해 들어 이번이 네 번째로, 12개월 선도환율은 3.7495리얄을 기록하며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그만큼 올해 사우디 페그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준 따라 금리 올려도 흔들리는 홍콩 페그제

반면 홍콩은 사정이 사뭇 다르다. 사우디와 마찬가지로 연준의 긴축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지만, 투자심리는 악화하고 있다.

현재 달러당 홍콩달러는 7.85홍콩달러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2005년 미국이 설정했던 변동폭 기준(7.75~7.85홍콩달러) 상단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달러당 홍콩달러 추이. 28일(현지시간) 7.8498홍콩달러. 출처 블룸버그.
이는 긴축으로 인한 과도한 차입비용 부담과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버티지 못한 시민들이 홍콩을 떠나는 등 경제적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전날 연준을 따라 금리를 75bp 인상했지만, 뉴욕이나 다른 아시아증시와 달리 홍콩증시가 유일하게 하락한 것도 자본시장 전반에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헤이먼캐피털의 카일 배스 헤지펀드 매니저는 “홍콩 시장의 모든 사람이 포트폴리오에서 손실을 봤다”며 “홍콩달러를 매도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홍콩 통화 당국은 5월 이후 지금까지 자국 통화 유동성의 절반을 회수하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일부 전문가는 9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다시 한번 인상하면 홍콩 당국이 추가로 자국 통화를 회수할 수 있다고도 전망한다. 다만 이러한 방법은 세계 곳곳에서 긴축을 펼치는 상황에서 유동성 고갈이라는 또 다른 위기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콩달러 시중 유통 현황. 단위 10억 홍콩달러. 7월 1650억 홍콩달러. 출처 블룸버그.
최근 경제 활성화를 위해 홍콩 방역 당국이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검역 기간을 단축하기로 한 결정도 반응이 좋지 않다. ING의 아이리스 팡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격리 기간이 줄어도 중국 본토와의 국경이 계속 폐쇄되는 이상 경제적 효과는 극히 제한적”이라며 “국내 관광에 도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홍콩 중앙은행 격인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최근 성명에서 “홍콩 페그제는 약 40년 동안 잘 작동했다”며 “홍콩 경제는 미국의 긴축 정책을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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