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부산으로 입사한 직원, 이유 없이 서울 발령은 위법"

입력 2022-07-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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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법원이 부산으로 입사한 직원을 업무상 이유 없이 서울로 발령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사측이 노동자를 발령내는 것은 문제가 없으나 업무상 필요, 생활상 불이익 등을 이유로 발령이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 부장판사)는 응용소프트웨어 개발과 공급업 등을 영위하는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전보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A 사는 2019년 11월, 과장으로 입사한 B 씨를 이듬해 10월 8일 ‘부산 R&D 센터’에서 ‘서울 사무소’로 발령냈다. B 씨가 미국인 동료와 다퉈 견책 처분을 받았고, 동료들 역시 그를 서울로 발령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갈등을 겪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A 사는 B 씨를 전화와 이메일로 서울 사무소 발령을 통보하며 직무도 바꿨다.

B 씨는 부당함을 호소하며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다.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발령을 위해 B 씨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고, 업무상 필요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사회통념에 비춰볼 때 생활상 불이익을 감수할 수 없을 정도라고 보지도 않았다. B 씨는 곧장 재심을 신청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년 4월, 발령이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데다, 생활상 불이익이 현저하다고 판단했다. 부산지방노동위원회와 정반대 결정을 내린 것이다.

A 사는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행정법원은 발령 과정에서 B 씨 동의가 필요하다고 보지 않았다. 다만 B 씨가 기존 업무는 이메일이나 유선 통화 등 방법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업무상 필요가 있는 발령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부산에서 입사한 B 씨를 서울로 보내는 일 역시 생활상 불이익을 주는 일로 내다봤다.

재판부는 "B 씨가 지방에서 대학을 졸업했고 서울 생활 경험이 많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 사가 제안한 일주일 유급 휴가 기간 안에 거주공간을 마련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보인다"며 "서울 사무소는 서울 강남구에 있어 주거비용이 비싸고, 외곽에서 출퇴근한다고 하더라도 통근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A 사는 B 씨를 서울로 발령내면서 월 50만 원의 주거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으나 재판부는 교통비 외에도 발생하는 추가 비용, 삶의 질 등을 고려할 때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등으로 양측의 신뢰관계가 훼손된 점 등에 비춰 A 사는 발령에 앞서 B 씨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다른 적절한 대안 등을 강구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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