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개미 주적' 공매도, 금지하면 주가 오를까?

입력 2022-07-29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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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자본시장의 불법 공매도와 공매도를 이용한 시장교란 행위에 대해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인식하고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 주식시장이 투자자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같이 말했다고 28일 대통령실은 전했습니다. 공매도가 뭐길래 대통령이 이렇게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일까요? 공매도란 가지고 있지 않은 주식이나 채권을 파는 투자 기법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현재 주당 1만 원인 A회사의 주식이 8000원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면, A회사 주주로부터 주식을 빌려와 판 후 주가가 8000원으로 떨어졌을 때 이를 시장에서 매수해 갚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는 주당 2000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죠.

여기서 주의할 점은 주가가 떨어져야만 투자자가 수익을 본다는 점입니다. A회사의 주식이 1만1000원으로 오른다면 1만 원만 빌린 투자자는 1만1000원으로 주식을 사 갚아야 해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공매도는 크게 차입 공매도와 무차입 공매도로 나뉩니다. 차입 공매도란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파는 것이고, 무차입 공매도는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리지도 않고 파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무차입 공매도는 결제 불이행 가능성 탓에 불법입니다. 윤 대통령이 말한 ‘불법 공매도’는 바로 무차입 공매도를 말한 것이지요.

공매도가 우리 시장에 들어온 건 1969년입니다. 당시 증거금을 내고 주식 매수자금을 빌리는 신용융자제도와 매도할 주식을 빌리는 신용대주제도가 도입되면서 공매도도 시작됐습니다.

이달 초 코스피지수가 2200포인트(P) 선까지 주저앉자 동학 개미(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정부에 공매도를 금지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공매도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주가의 거품을 걷어낸다는 것인데, 공매도로 인해 주가가 과도하게 내려갔다는 인식에서 나온 주장이죠.

과거 금융당국은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한 바 있습니다.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10월과 2011년 8월,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3월 등 총 3번입니다. 가장 직전의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했을 당시 코스피지수는 1700P선, 코스닥지수는 500P 선까지 떨어졌습니다. 공매도 금지 후 코스피지수는 점차 기지개를 켜더니 한 달 만에 1800P 선을 넘겨 3개월 후엔 2100P 선에 도달했습니다.

물론 주가란 상당히 복잡한 고차방정식이라서 지수의 성장을 공매도를 금지한 덕분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때의 좋은 기억 때문인지 개미들은 ‘공매도 금지’를 주가를 부양할 수 있는 즉각적인 처방이라고 보는 듯합니다.

1년 후인 지난해 5월 3일 코스피200, 코스닥150 종목에 한해서만 공매도가 재개됐습니다. 이는 현재도 유지돼 위 종목에 대해서만 공매도를 할 수 있고, 이 외에 대해서는 여전히 공매도 금지 상태입니다.

▲28일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신봉수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김근익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이 불법공매도 적발․처벌 강화 및 공매도 관련 제도 보완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출쳐=금융위원회)

하지만 공매도는 정말 주가를 떨어뜨릴까요? 28일 불법 공매도 근절 대책 합동 브리핑에 참석한 이윤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은 “학계에선 통계적으로 공매도가 주가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미치진 않는다고 본다”면서도 “공매도 금지의 취지는 시장에 패닉이 왔을 때 투자자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등 변동성을 완화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국거래소의 분석에 따르면 최소한 지난달에는 공매도가 주가 하락에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거래소가 지난달 공매도 비중 순위 구간을 나눠 평균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공매도 비중이 높은 1~10위 종목의 주가는 14.32%, 191~200위 종목은 13.31% 떨어졌습니다. 공매도가 비중이 높건 낮건 주가가 떨어진 정도는 비슷한 겁니다.

그런데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거래소를 찾아 정부에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를 검토해달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의원은 “한시적 공매도 금지는 즉각 시행해야 효과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공매도를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온 겁니다.

현재로써는 정부가 코로나19 초기처럼 한시적 공매도 금지는 취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윤 대통령의 지시 사항도 ‘불법 공매도 근절’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공매도 자체를 금지하는 방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매도 금지 조치에 대해 “시장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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