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수혜’ 글로벌 배달 기업 주춤

입력 2022-07-2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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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금리 오르면서 비용 부담 커져
성장 우선하는 고투자 사업 모델 유지하기 어려워
사업 중단, 축소, 정리해고 잇따라

▲4월 12일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인도에 식료품 배달 스타트업 고릴라의 배달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 뉴욕/AP뉴시스

수십억 달러의 벤처 자금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초기 수요 급증에 급성장한 글로벌 배달 기업들이 최근 주춤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인플레이션과 치솟는 금리,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온디맨드’ 사업에 대한 압박이 커지면서 배달 기업 가치가 추락하고 사업은 잇따라 축소되고 있다. 일부는 아예 문을 닫는 경우도 있다.

기업 가치 118억 달러(약 15조4757억 원)의 터키 배달 스타트업 게티르(Getir)는 7억6800만 달러 자금을 조달하며 “변동이 큰 시장 상황에도 데카콘(기업 가치 10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으로서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고 밝히고 나서 불과 두 달 뒤인 5월 전 세계 직원의 14%인 4500명을 해고했다.

나짐 살루르 게티르 최고경영자(CEO)는 CNN에 “정리해고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선택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시장 상황이 악화돼 정리해고를 통해 활로를 찾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초기 수요 급증에 아이스크림부터 화장지, 보드카 심지어 사과 하나까지 10분 안에 배달하겠다는 주문형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했다. 전국 각지에 거점 사무소를 열고 직원 고용을 확대했다.

그러나 물가가 치솟고 금리가 오르자 비용이 많이 드는 온디맨드 산업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고 CNN은 지적했다.

알렉스 프레데릭 피치북 선임 애널리스트는 “온디맨드 스타트업들의 사업 모델은 10년 전 우버가 시장에서 선점 효과를 차지하기 위해 이익보다 성장을 우선하는 것에서 달라지지 않았다”며 “이 모델은 계속해서 자본을 투자해 새로운 시장을 찾아 고객을 유치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투자자들은 이런 모델에 관심이 줄어들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3월 배송 스타트업 프리지노모어와 바이크는 영업을 중단했다. 조커는 미국 사업부를 폐쇄하면서 중남미 사업에 집중한다고 밝혔고, 고퍼프와 고릴라도 최소 한 차례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CNN이 자체적으로 집계한 결과 배달 관련 일자리가 최소 8250개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더 빠른 배송이나 느린 배송으로 돌파구를 찾는 업체들도 있다. 미국의 식료품 배달업체 인스타카트와 도어대시는 초고속 배송 옵션을 추가하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반대로 속도는 조금 느리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기업이 있다. 비탈리 알렉산드로프 푸드로켓 CEO는 “느린 회사여서가 아니다”라며 “30분의 여유 시간으로 더 지속 가능하고 체계적인 배달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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