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탈(脫)중국 거시전략 절박하다

입력 2022-07-26 05:00수정 2022-07-2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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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병이 속으로 곪아들기 전에 빠른 진단으로 대처 방도를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손댈 수 없는 지경으로 깊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지금 한국 경제에 닥치고 있는 심각한 중국 리스크가 그렇다.

한국과 중국의 교역에 예사롭지 않은 경고음이 울린다. 5월 무역수지가 10억9900만 달러, 6월 12억1000만 달러 적자에 이어 7월에도 더 큰 폭의 마이너스가 확실하다. 1992년 수교 이후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커왔다. 작년 우리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5.3%였다. 무역수지는 1994년 이래 28년 동안 줄곧 우리의 흑자였다.

이 기조가 2019년부터 확연히 꺾였다. 2018년 556억 달러였던 흑자는 2019년 290억 달러, 2020년 237억 달러, 작년 243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올 상반기 흑자는 41억8000만 달러였는데 작년 같은 기간(116억3600만 달러)의 절반에 못 미친다. 하반기 큰 폭의 적자가 예상되면서 올해 연간으로 무역 역조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코로나 봉쇄와 성장 둔화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동안 한국은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반도체와 무선통신기기, 디스플레이 등 중간재를 수출하고 중국이 노동집약적으로 완제품을 만드는 수직적 분업의 교역구조에서 많은 이득을 얻었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은 막강한 내수시장을 업고 ‘차이나 밸류체인’의 자급구조를 구축하면서 기술과 산업경쟁력을 급속히 끌어올리고 있다. 이제 반도체 등 일부 첨단산업을 빼고는 한국과의 격차가 없다. 반도체도 중국의 ‘굴기’(崛起)를 내세운 추격이 거세다.

여기에 보다 심층적이고 충격파가 큰 글로벌 교역구조의 변화, 경제안보 차원의 블록화된 공급망 재편이 진행 중이다. 중국의 패권 도전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미국은 경제·무역·기술·안보를 한데 묶는 전방위 동맹으로 중국 포위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국·호주·일본·인도의 4국 안보대화인 쿼드(QUAD)에 이어, 지난 5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네트워크(IPEF)를 출범시켰다. 미국·한국·일본·호주·인도와 동남아 각국 등 모두 13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미국은 다시 한국과 일본, 대만과의 ‘칩4 동맹’에 힘을 싣고 있다. 원천기술을 지배하고 설계역량이 앞선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이니셔티브를 확보해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미 일본과 대만이 참여키로 했고 한국에도 동참을 요구한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하면서 한국이 참여를 거부할 것을 위협 수준으로 압박하고 있다. 반도체가 취약한 중국의 다급함을 반영한다. 우리 반도체 수출의 60%가 중국으로 가고 있는 현실이 심각한 딜레마이지만, 우리의 ‘칩4 동맹’ 참여는 결국 불가피하다.

중국은 보복에 나설 게 불보듯 뻔하다. 우리는 핵심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다. 중국은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국이고, 리튬·니켈·코발트·망간·마그네슘 등 첨단산업의 필수 소재 공급국이다. 한국의 대중 수입 비중이 75%가 넘는 것만 수백 종이다.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경우 국내 제조업 생태계도 심대한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후폭풍의 파장은 가늠하기 힘들다.

세계는 이미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는 신냉전(新冷戰)의 상황이고, 경제안보를 묶는 동맹으로 국제질서의 전환기적 변혁이 이뤄지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권위주의적 독재체제의 대립이다. IPEF와 칩4는 경제안보 동맹의 핵심이다. 세계는 과거 지정학(地政學)적 분열에서, 이제 지리적 요인과 경제가 묶이는 지경학(地經學)과, 기술이 큰 파급력을 갖는 기정학(技政學)적 블록화로 진행된다.

달리 선택의 여지는 없다. 우리 동맹과 협력의 파트너가 미국이지 중국이 아닌 것은 자명하다. 중국은 북한 핵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우리의 핵심적 안보이익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이후 한국상품 불매, 한한령(限韓令)으로 보복했다. 중국에 대한 학습효과다.

중국이 추구하는 것은 주변국들이 자신들에 굴종해야 한다는 패권이다. 끊임없이 판도를 넓혔던 역사적 팽창주의와, 모든 것의 중심이 자신이라는 편집증적 민족주의다. 시진핑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했다. 계속된 역사왜곡공정에, 한국을 갈수록 안하무인식으로 거칠게 다루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중국 리스크의 본질이자 탈(脫)중국의 당위성이다. ‘안미경중’(安美經中) 따위의 전략적 모호성은 설 자리가 없다. 안보·경제·산업의 총체적 위기가 닥쳐오겠지만, 중국의 어떤 보복도 감내하고 이겨 낼 각오를 다져야 한다. 세계 경제질서의 전환기적 변혁과 공급망의 새로운 판이 짜이는 과정에 우리가 주도적인 위상을 확보해야 한다. ‘칩4 동맹’은 우리가 아직 압도적 영향력을 갖는 반도체를 전략자산으로 위기 극복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kunny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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