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가업승계 숨통 트였지만...중기업계, 여전히 아쉬운 이유

입력 2022-07-23 08:13수정 2022-07-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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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상속공제제도개편안 (자료제공=기획재정부)

정부가 중소기업 가업승계 조건을 완화하면서 중소기업들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선 중소기업이 경쟁력 있는 장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업종 규제와 고용유지 조건 등 사후관리 요건을 더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1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기업의 가업 승계를 지원하기 위한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가업상속공제는 10년 이상 기업을 운영한 피상속인이 가업을 물려줄 때 상속 재산의 일부를 과세 가액에서 공제하는 제도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에서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을 매출액 4000억 원 미만 기업에서 1조 원 미만 기업으로 확대했다. 공제 한도는 현행 최대 500억 원에서 최대 1000억 원으로 상향했다. 가업 영위 기간이 10년 이상~20년 미만인 경우 현행 공제한도는 200억 원이지만 이번 개편으로 400억 원으로 확대됐다. 20년 이상~30년 미만은 300억 원에서 600억 원, 30년 이상 기업은 50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2배 수준으로 확대됐다.

사후 관리 기간도 7년에서 5년으로 축소됐다. 또 업종유지 조건은 표준산업분류상 중분류 내 변경만 허용하던 것을 대분류로 확대했다. 고용 유지는 현행 7년 통산 정규직 근로자 수가 100% 이상이었지만 앞으로 5년 통산 100% →90%로 완화됐다.

그동안 중소, 중견기업계에선 가업상속공제 혜택 내 엄격한 사후관리 요건(업종, 고용 등)으로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가업상속공제 이용 실적은 최근 8년간(2011~2018년) 평균 84건 뿐이다. 같은 기간 이용실적 건수가 1만3000건을 넘는 독일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업계는 환영헀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고물가, 고금리 등 고비용 경제구조로 고통받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견기업들이 모인 한국중견기업연합회도 "사후관리 요건을 개선하는 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전선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할 혁신과 변화의 공간을 확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산업분류상 중분류→대분류..."아쉽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번 개편이 아쉽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이번 개편안을 보면, 현행 업종유지 조건을 표준산업분류상 중분류에서 대분류로 확대해 같은 제조업 안에서 원재료를 바꿀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업종 변경을 대분류에 묶어놓으면서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서비스업에서 제조업으로 변경하긴 어렵다. 한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현행 '중분류 내 변경' 요건 때문에 기술 발전으로 과거 쇠로 만들던 제품을 지금은 플라스틱으로 만들 수 있는데도 요건을 벗어나게 돼 변경이 불가능하다"며 "하지만 이번 개편안에 중분류가 대분류로 바뀌면서 같은 제조업 안에서는 쇠를 플라스틱으로 바꿀 수 있도록 범위가 자유로워졌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이번 개편에서도 여전히 대분류라는 제약을 걸어뒀다"라며 "제품을 해외에서 수입, 유통하다가 사업성이 낮아 직접 생산으로 바꾸고 싶어도 서비스업에서 제조업으로 완전 전환하는 것이 돼 표준산업분류상 대분류 기준을 벗어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업종 규제를 폐지하지 않고, '업종 변경 범위 확대' 수준으로만 완화한 것은 가업승계=경영 노하우의 전수라고 보고 있다. 서비스에서 제조, 제조에서 서비스 등으로 업을 변경하는 것은 이 개념을 벗어나는 행위로 본다는 것이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이번 개편안은 업계의 요구가 상당 부분 현실적으로 반영됐다는 점에서 전향적"이라면서도 "다만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가업승계를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는 개념으로 봐야한다는 측면에선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독일이나 일본은 가업승계 조건에서 업종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고용유지 조건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현행 가업상속공제 사후관리 요건에선 매년 정규직 근로자 수를 80% 이상, 7년 통산 정규직 근로자를 10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이번 개편안에선 이 요건이 5년통산 90% 수준으로 완화됐다. 그러나 업계는 이미 인력난이 극심한 데다 앞으로 저출산 고령화와 인구감소, 산업 내 자동화 추세로 볼 때 이같은 고용유지 조건을 충족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기술·서비스 융합 가속화와 생산인구 감소 등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중소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혁신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고용유지 요건을 5년 통산 80% 수준으로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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