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행진하는 금속노조 "산업 전환기, 정부 협상에 나서라"

입력 2022-07-2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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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이 모여있다. 금속노조는 이날 서울역 12번 출구부터 삼각지역까지 행진한다. (홍인석 기자 mystic@)

20일 오후 2시께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 앞. 파란색 모자를 쓴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총파업에 돌입한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이 이곳에서부터 삼각지역까지 행진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경찰 등 다른 단체와 갈등 없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행진을 준비한 이들은 "산업 전환기에 금속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속노조는 앞서 이달 4일부터 7일까지 나흘간 찬반 투표를 진행해 85.1% 동의로 총파업을 가결했다. 금속ㆍ제조업 노동자들의 임금 실질화는 물론 산업 전환기를 겪고 있는 현재, 정부와의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조합원이 20만 명에 이르는 국내 최대 산별 노조다. 총파업은 중부지방 조합원들이 서울로 향하고, 영남과 호남지방 조합원들이 거제 대우조선해양으로 가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금속노조는 산업 전환기라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협상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찬우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정부에 노동중심 산업 전환을 요구하고 교섭으로 대안을 찾자고 제안했지만 정부는 공문만 보내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노조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정부는 임금 인상 억제하라, 중대재해처벌법 완화하라는 등 말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파업도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규정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은 지난달 22일부터 임금 30% 인상ㆍ노조 전임자 등을 요구하며 점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수석위원장은 "조선산업이 침체기일 때는 사용자가 인력을 줄이고 임금을 삭감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 30% 인상은 삭감된 부분을 원위치해달라는 것"이라며 "노조 사무실이나 전임자 처우 등 협의도 안 돼 있어 노조를 설립할 권리를 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권력 투입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법치주의는 확립돼야 한다. 산업 현장의 불법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며 강경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금속노조는 윤 대통령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서울역 행진에 참여한 한 노조원은 "협상을 해야 하는 시점에서 공권력을 투입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우조선해양의 실질적 주인인 산업은행이나 윤석열 정부가 나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조와 머리를 맞대자는 파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파업은 '노노갈등'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거제 현장에서는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노조원과 대우조선지회(대우조선해양 정규직 노조) 노조원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들 모두 금속노조 소속이지만 대우조선지회는 "금속노조가 하청지회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며 탈퇴를 예고했다.

이 수석위원장은 "안타깝다"며 탄식을 내뱉었다. 이어 "원청과 하청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게 아쉽지만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다"며 "대의명분과 할 일이 분명한 만큼 함께 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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