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연속 아파트 매매량 추월
인천·경기도 16%P·9%P 껑충
증가세 가팔라…'탈서울' 현상도
아파트 시장이 얼어붙자 빌라(연립·다세대주택) 시장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대출 규제와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아파트 매매가 어려운 데다 이미 값이 오를 대로 오른 아파트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로 수요가 몰린 탓이다. 경기와 인천은 올해 전체 주택 거래 중 빌라 매매 비중이 서울보다 더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탈(脫)서울’ 움직임이 재확인됐다.
19일 한국부동산원 통계 분석 결과, 5월 기준 서울 주택 거래건 중 빌라 거래 비중은 58.4%로 집계됐다. 5월 서울 내 전체 주택 매매 건수는 7664건으로, 이 중 빌라 거래량은 4472건이었다. 지난해 5월 서울 빌라 거래 비중은 51.5%로, 1년 새 6.8%포인트(p) 증가했다.
서울 주택 거래 중 빌라 비중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부터 급증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와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자 아파트 거래절벽이 진행됐다. 여기에 아파트값 내림세가 겹치자 무리해서 비싼 아파트를 사들이는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 매수로 발길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지난달 서울 빌라 평균 매매가격은 3억5330만 원으로, 지난해 5월 2억7034만 원보다 8296만 원 올랐다. 반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같은 기간 9억2816만 원에서 11억4821만 원으로 2억2005만 원 상승했다. 평균 10억 원을 넘긴 아파트와 달리 빌라는 여전히 서민 무주택자가 접근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5월과 올해 5월 아파트와 빌라 거래량을 비교하면 그 차이가 명확하다. 이 기간 빌라 거래량은 6770건에서 4472건으로 약 34% 감소했다. 하지만, 아파트는 5090건에서 1624건으로 68%가량 쪼그라들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내 빌라 매매량은 지난해 1월 처음으로 아파트 매매량을 뛰어넘은 이후 지난달까지 18개월 연속 아파트 매매량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빌라 거래량 증가는 서울뿐 아니라 경기와 인천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5월 기준 인천 전체 주택 매매 중 빌라 비중은 56.9%로 지난해 5월(41.0%)보다 15.9%p 높았다. 경기 역시 같은 기간 빌라 매매 비중은 26.5%에서 35.6%로 9.1%p 치솟았다. 지난 1년간 서울보다 인천과 경기의 빌라 매수세가 더 거셌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듯 빌라 인기가 계속되자 몸값 상승세도 여전하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지난달 서울 빌라 매매가격지수는 102.3으로 집계됐다. 이 지수는 지난해 6월 빌라값을 100으로 봤을 때 현재 얼마나 올랐는지 확인할 수 있다. 같은 기간 인천과 경기 빌라 매매가격지수는 서울보다 더 올라 각각 103.1과 103.8을 기록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S 빌라 전용 29㎡형은 지난해 4월 3억9000만 원에 팔렸다. 하지만 4월 같은 평형은 5억2000만 원에 거래됐다. 1년 만에 1억3000만 원 오른 셈이다. 인천 서구 신현동 U빌라 역시 전용 37㎡형이 5월 1억3000만 원에 팔렸다. 같은 평형은 지난해 7월 9000만 원에 계약서를 썼다. 약 10개월 만에 4000만 원 상승했다.
신현동 인근 H공인 관계자는 “최근 새로 짓는 빌라는 오피스텔 수준의 옵션과 관리체계를 갖춘 곳이 많아 신혼부부나 어린아이를 키우는 분들이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파트값이 떨어졌다 해도 여전히 비싸고, 대출도 어려우니 저렴한 빌라 수요는 꾸준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