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잘 버텼지만…하반기 상황은 ‘먹구름’

입력 2022-07-07 15:24수정 2022-07-0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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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가 버팀목 돼 예상보다 선방한 2분기
사업부문별 시장 상황, TAI에 고스란히 반영
하반기 반도체 가격↑ㆍIT 수요↓ 지속 전망
반도체 뉴플랜과 신제품으로 악재 극복 기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 여러 악재에도 매 분기 실적 신기록 써온 삼성전자가 3분기 만에 주춤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고환율ㆍ고금리ㆍ고물가, 원자잿값 상승 같은 경기침체와 수요 위축 상황에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올 하반기에는 실적 상승세가 더욱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7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올해 2분기 잠정실적(연결기준)에 따르면 매출은 77조 원, 영업이익은 14조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0.94%, 11.38% 증가한 수치다.

매출은 2분기 기준으로 역대 가장 최고치이며, 영업이익도 2분기만 놓고 보면 2018년 2분기(14조8700억 원)와 2017년 2분기(14조700억 원)에 이어 역대 세 번째 규모다.

다만 지난해 3분기(74조 원)와 4분기(76조6000억 원)에 이어 올해 1분기(77조8000억 원)까지 3개 분기 연속 상승한 매출의 기세는 한풀 꺾였다. 2분기 매출은 1분기보다 1%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전 분기 대비 0.85% 줄었다.

올 2분기 주인공은 ‘반도체’…스마트폰ㆍ가전은 주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실적 상승세가 2분기 와서 멈춘 데는 수요 위축에 따른 출하량 감소 및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이익률 하락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지난 4월 열린 1분기 실적발표에서 삼성전자는 “2분기에도 시장 비수기가 지속되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불확실성’을 수차례 언급했다. 예상대로 이 우려감은 2분기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이날 부문별 사업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 부문(DS)의 선전에 비해 스마트폰ㆍ가전 등 세트(완성품)의 판매 부진이 성장세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분기 삼성전자 MX(모바일경험)ㆍ네트워크 부문에서 ‘1분기=비수기’ 공식을 깨고 갤럭시S22 시리즈 흥행과 함께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2분기에는 스마트폰과 TV 출하량이 기존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상승과 고금리 등으로 IT 수요가 빠르게 위축된 탓이다.

업계에서는 MXㆍ네트워크 사업부, TV를 포함한 영상디스플레이(VD)ㆍ가전 사업부의 영업이익이 1분기 대비 각각 30%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6100만대 수준으로 전 분기 7300만대보다 1000만대 이상 줄어들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2분기 실적 선방’이라는 평가에는 반도체 역할이 컸다. 다른 부문의 부진을 반도체 부문이 상쇄하고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전체 영업이익 14조 중 약 10조 원이 반도체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메모리반도체 가격은 우려와 달리 소폭 하락에 그쳤고 출하량은 오히려 증가, 낸드 가격도 상승해 반도체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은 삼성전자의 최근 상반기 목표달성장려금(TAI)에도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잠정실적 발표 후 직원들에게 TAI를 지급했다.

파운드리, 메모리반도체, 시스템LSI 사업부 등 DS 부문은 모두 최대치인 기본급의 100%를 받는다. 반면 냉장고, 세탁기 등을 담당하는 생활가전사업부는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영향으로 올해는 전사 사업부 중 가장 낮은 62.5%의 지급률이 통보됐다.

하반기 시장 상황 ‘빨간불’에 연간 실적 기대감↓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Z 플립3의 모습. 삼성전자는 내달 갤럭시Z 플립4와 갤럭시Z 폴드4를 선보일 예정이다. (조현호 기자 hyunho@)

문제는 3분기부터 반도체 역시 경기 둔화 영향권에 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올 한 해 실적 성장 기대감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삼성전자의 실적 성장이 둔화할 것으로 보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간 실적은 컨센서스(최근 3개월 추정치 평균) 기준 매출 320조4434억 원, 영업이익 58조9880억 원으로 역대 최대로 예상된다.

하지만 불과 한 달 전까지 나왔던 ‘올해 사상 첫 연 60조 원대 영업이익 달성’ 전망이 최근 깨지는 등 연간 실적에 대한 눈높이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올 하반기에 반도체를 포함한 가전ㆍ스마트폰 시장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 낙폭이 커지고 IT 수요 위축 또한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3분기 D램 가격이 2분기보다 10%가량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애초 예상됐던 3~8% 가격 하락률에서 낙폭이 더 커졌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는 올해 세계 PCㆍ스마트폰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각각 9.5%, 5.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DSㆍDX 등의 부문의 실적을 끌어올리고 하반기 시장 상황을 돌파할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열린 글로벌 전략협의회의에서 ‘재고 건전화’와 함께 하반기 실적 방어와 고부가 가치 제품 판매 확대 방안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전자가 3분기에 출시하는 ‘갤럭시Z 폴드4’와 ‘갤럭시Z 플립4’의 효과로 MX 부문의 매출도 개선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시장 상황이 빨간불일 것으로 예측되나 삼성전자가 시장 상황을 지속 모니터링하며 대응책을 고심할 것”이라며 “하반기에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등의 이벤트가 있는 만큼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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