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글로벌 성장률에 대해 연초 4.5%에서 3.0%로 낮춰 잡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긴축에 따른 수요 둔화 우려 등을 반영한 것이다. 한국의 경제성장률도 2% 중반으로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다.
OECD 경기선행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하회함에 따라 대외 수요 악화가 예상된다. 한국 수출은 지난해 높았던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하반기로 갈수록 부진할 것이다. 한국 수출은 기업 이익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달러화 가치는 경기 침체 우려와 금융시장 내 안전자산 수요 등으로 인해 강세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미국과 금리 차 역전, 자금 유출 우려 등이 더해지면서 1300원 초반까지 상승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한국은행 기준 금리는 연말 2.75%로 예상된다. 한국은행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이언트 스텝(75bp 인상)을 고려해 7월에 빅 스텝(50bp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시장 금리는 물가가 하향 안정화되는지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기준 금리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며 상승 압력이 이어질 것이다.
우리 기업들의 실적 성장세는 하반기로 갈수록 둔화될 전망이다. 인플레이션이 제조업 원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영업이익률 전망치도 함께 낮아지고 있다.
하반기는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이번 경기후퇴 사이클이 과거와 다른 점은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이 때문에 주식 시장의 브이(V)자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3분기에는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재료 소멸, 중국 경기 부양 효과 등으로 단기 안도 랠리가 출현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고 나면, 4분기 이후 경기 침체 불안이 다시 커질 수 있고, 위험 관리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과거의 대형 위기 사례를 돌이켜 보면, 높은 환율 효과를 이용해 매출 성장을 만들어 내거나, 원가 상승분을 판가에 전가할 수 있는 운송장비, 기계장비, 전기전자 등 대형 제조업체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겠다.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인 국제유가는 급격한 초과 공급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고, 3분기 계절적 수요를 고려하면 상승 리스크가 상존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을 기다릴 뿐이다. 미국 소비자물가는 유가와 주거비용 오름세 등을 반영해 하반기에도 높은 수준에 머물 것이다. 시장 컨센서스에 따르면 4분기에도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6% 이상을 기록할 전망이다.
미국 연준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말 정책금리 수준을 3.25~3.50%로 제시했다. 이는 1994~1995년 금리 인상기보다 가파른 인상 속도이며, 그만큼 시장 변동성도 커질 것이다. 특히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 상승 압력 때문에 기대인플레이션이 높게 유지될 경우,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우려가 부각될 수 있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하향 안정화되는 것이 우선순위다.
4분기부터는 한미 간 정책금리 역전이 불가피할 것이다. 과거 한미 간 금리 역전 시기에 일관적으로 자금 유출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신용 리스크가 확대되는 경우에는 자금 유출이 급격하게 진행되기도 했다. 연말로 갈수록 경기 침체 및 신용 리스크의 확대 여부를 주목하면서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주식 시장은 모두가 한 방향으로 전망할 때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곤 한다. 부디 모두가 하반기 시장을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는 만큼, 주식시장이 선반영하고 추세 전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상반기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코로나 봉쇄 조치가 예상치 못했던 초대형 악재였기 때문에, 당장에라도 두 악재가 해소된다면 반전의 여건이 마련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