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 체감경기 추락, 투자·고용도 먹구름

입력 2022-06-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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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체감경기가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국제유가 및 원자잿값 급등, 공급망 교란 등으로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에 환율 변동성까지 커진 영향이다. 이에 따라 기업의 비용부담이 가중되면서 신규 투자와 고용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2389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28일 밝힌 ‘3분기 경기전망지수(BSI)’는 79로 지난 2분기(96)보다 17포인트(p)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가 크게 가라앉았던 작년 1분기(75) 수준이다. BSI가 100 이상이면 이전보다 경기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거의 모든 업종에서 경기전망 BSI가 100을 밑돌았다. 원자재가격 상승의 타격이 큰 비금속광물(61), 석유화학(63), 자동차·부품(69), 철강(75), 섬유·의류(75) 등이 특히 부정적이었고, 그나마 의료·정밀(95), 조선·부품(94), 식음료(94), 기계(87), 전기장비(84), IT·가전(83) 등이 상대적으로 나았다.

수출기업 BSI는 전 분기 95에서 82로, 내수기업은 96에서 78로 하락했다. 글로벌 공급망의 문제와 고환율이 이어지고,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및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수출환경이 계속 악화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급속히 둔화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또 고물가로 인한 국내 소비 감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내수기업 체감경기가 더 얼어붙는 양상이다. 기업들이 향후 경기의 최대 리스크로 환율·물가 변동성(62.6%, 복수응답)을 꼽았고, 이어 소비 위축(52.3%%), 공급망 병목(30.6%), 금리인상에 따른 자금조달 여건 악화(20.9%), 신흥국 경제위기(19.8%) 순으로 지목한 데서도 나타난다.

기업 체감경기가 악화하면서 투자와 고용전망도 먹구름이다. 한국은행이 27일 내놓은 지역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10곳 가운데 2곳 이상이 대응책으로 고용조정과 신규 투자 축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하고, 물가 상승과 경기 하방요인들도 계속 누적되고 있다. 대외 변수로 물가가 치솟는 상황을 방어하는 정책 수단에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가장 다급한 것은 스태그플레이션의 악순환을 막는 일이다.

수출과 내수 경기 모두 추락하고 있다. 비상한 대응방안 마련과 신속한 실행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대한상의는 기업의 원자잿값 부담 경감과 세제 개선, 수출금융 및 물류비 지원 등의 조치가 우선 급하다고 강조했다. 당면한 애로 해소와 함께, 기업의 투자 확대로 위기 대응력을 키우고 고용을 늘리기 위한 규제 혁파의 드라이브를 빨리 걸어야 한다. 여전히 위기에 둔감한 정치권의 각성부터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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