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에너지 대란…전 세계 기후재앙 부채질

입력 2022-06-2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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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주유소 3km 긴 행렬...인도·파키스탄 정전 속출
국제 석탄 가격 5배, 천연가스 10배 폭등
호주 1분기 도매 전기요금 141% 뛰어

▲스리랑카의 한 주유소에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다. 콜롬보/EPA연합뉴스
아시아가 글로벌 에너지 대란의 직격탄을 맞았다. 일부 국가들은 치솟은 가격을 견디지 못하고 석탄 사용을 늘리고 있다. 전 세계 기후 위기도 악화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CNN이 26일(현지시간) 지적했다.

아시아 국가들이 에너지 대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스리랑카에서는 주유를 위해 늘어선 줄이 3km에 달한다. 방글라데시는 절전 차원에서 모든 상점이 오후 8시에 문을 닫는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정전으로 학교와 회사가 문을 닫았고, 37도를 넘나드는 폭염에도 냉방 설비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에너지 공급이 수요 대비 5000메가와트(MW) 부족한 상태다. 최대 5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 모자란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글로벌 에너지 수급 불일치가 악화하면서 가격이 급등하자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지역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국제 석탄 가격은 지난해 대비 5배, 천연가스 가격은 최대 10배까지 폭등했다. 개발도상국은 물론 비교적 부유한 국가인 호주도 올해 1분기 도매 전기요금이 지난해 대비 141% 뛰었다. 급기야 호주 에너지 규제당국은 지난 15일 사상 처음으로 전력 도매 현물시장 거래를 중단하는 이례적 조치에 나섰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에너지안보·기후계획 책임 연구자 서맨사 그로스는 “에너지 수요는 팬데믹이 지나면서 재빠르게 회복됐다”며 “반면 공급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기점으로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인도ㆍ호주 등 석탄 사용 늘려

에너지 대란으로 경제가 붕괴될 위기에 내몰린 국가들은 석탄 사용을 늘리고 있다. 세계 3위 탄소 배출국 인도의 국영 석탄회사는 지난달 28일 에너지난을 해결하려고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석탄 수입 계획을 발표했다. 호주 연방정부 산하 에너지 안보위원회는 정전 사태를 막기 위해 석탄발전기를 포함한 모든 발전기 작동 비용을 정부가 댈 것을 제안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 주정부는 광산에서 쓰던 석탄을 지역 발전소용으로 전용했다.

파리기후협약 목표 달성 어려워져

아시아를 포함해 세계 각국이 줄줄이 석탄으로 회귀하면서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도 난관에 봉착했다. 산딥 파이 전략국제연구센터 에너지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은 “최악의 지구 온난화를 막으려면 석탄 채굴을 극적으로 줄여야 하는데 인도가 수입을 늘릴 경우 이를 달성하기는 어렵다”며 “인도든, 독일이든, 미국이든 화석연료 사용을 늘리면 탄소 배출허용량을 잡아먹게 되고 이는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1~2년 내 여러 국가가 석탄에 계속 의존한다면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온도가 1.5℃~2℃ 이상 상승하는 것을 막겠다는 파리기후협약 목표 달성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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