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
이렇듯 인플레이션 문제가 심각해지자 미국 내에서는 2018년 이후 중국을 상대로 부과해오던 대중국 추가관세에 대한 철폐론이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미국이 쉽사리 대중 추가관세를 철폐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대중 추가관세 철폐가 인플레이션율 감소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는 미국의 대중국 추가관세 철폐가 직접적으로 인플레이션율에 미치는 영향은 -0.26%포인트(p)로 예측했다. 미국 기업들이 중국산 수입품과 가격경쟁을 위해 제품 가격을 낮출 경우를 감안한 간접적 영향을 포함하더라고 약 -1%p 정도다. 추가관세 철폐는 일회성 조치다. 올해 물가 상승률을 다소 낮출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따라서 경제적 효과가 극히 제한적인 가운데 미중 전략 경쟁의 상징과도 같은 미국의 대중국 추가관세 철폐를 선택할 것으로 보기 힘들다. 한마디로 미국으로서는 득보다 실이 많은 옵션이다. 다만, 올해 11월 미국은 중간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그리고 선거의 핵심 이슈는 인플레이션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무언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국내 정치적인 이유로 보여주기식 대중국 추가관세 인하 가능성은 존재한다.
둘째, 미국은 그간 추가관세 철폐와는 정반대의 기조로 대중 견제를 강화해왔다. 올해 3월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는 대중 추가관세 품목 중 352건에 추가관세 적용 제외를 실시했다. 당시 우리 언론에서는 이것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배경으로 미국이 러시아와의 총력전을 위해 당분간 중국을 달래기 위한 유화책이라는 분석 기사를 쏟아냈다. 이는 미중 관세전쟁의 경과를 고려하지 않은 완전히 잘못된 분석이다. 미국은 2018년부터 지금까지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약 1만여 개의 품목에 추가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중 미국은 이미 한정된 품목에 추가관세 예외를 적용하고 있었다. 2020년 12월까지는 2211개, 2021년 10월까지는 549개 중국산 품목에 대해 이미 추가관세 예외를 적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올해 3월에 있었던 352개 품목은, 2021년 10월 추가관세 적용 제외 기한이 종료된 549개 품목 중 352개 품목만을 대상으로 추가관세 적용 제외 절차를 재개한 것에 불과하다. 결국, 적용 예외 품목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의 대중국 압박 강화 기조가 오히려 유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셋째, 대중국 견제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미국경쟁법(America COMETES Act) 통과가 코앞이다. 새 법에는 지난해 상원에서 통과한 대중 포괄적 대항 법안인 ‘전략적 경쟁 법안(Strategic Competition Act)’과 ‘중국의 도전에 맞서는 법안(Meeting the China Challenge Act)’ 등의 내용이 모두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최근 미국 내에서 크게 이슈가 된 내용도 추가될 것으로 보이는데, 향후 중국 첨단기업에 대한 아웃바운드 투자를 심사할 수 있는 ‘국가 핵심역량 방어 법안(National Critical Capabilities Defense Act)’이 바로 그것이다. 물가를 상승시킨다는 측면에서 추가관세보다 오히려 글로벌 공급망 교란을 가중할 수 있는 이러한 법안의 통과가 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결국 미국 정책의 근저에는 인플레이션 해결보다 중국과의 경쟁이 최우선 고려사항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 내에서 재무부를 중심으로 한 대중국 추가관세 철폐론과 USTR를 중심으로 한 대중국 추가관세 유지론이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국 인식과 최근 행보를 고려한다면 대중국 추가관세 폐지는 쉽지 않을 것이다. 5월 26일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연설에서 재확인한 미국의 대중국 인식은 ‘길고(long) 치열한(stiff) 경쟁(competition)’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경쟁 관계 속에서 캐서린 타이 USTR 대표는 최근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대중국 관세는 중요한 협상수단(leverage)이고, 협상가는 절대로 협상수단을 버리는 일은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