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누구를 위한 개편?...‘주52시간제 유연화’에 술렁이는 현장

입력 2022-06-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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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한 중소기업을 찾아 근로자들을 만나는 모습. 정부가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의 후속 조치로 '주 52시간제 유연화' 움직임을 예고했다.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관리하는 총량 관리 단위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인력 운용을 탄력적으로 할 수 있게 된 경영계는 반색했지만, 노동계는 근무 환경이 후퇴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새 정부가 '주 52시간제 유연화' 움직임을 예고하자 중소기업과 IT업계 현장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현행 '주 단위'인 연장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개편해 노동환경을 더 유연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장에선 '주88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 48시간) 노동 가능성에 사실상 주 52시간제가 무력화 될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근무시간 규정을 사측이 악용하거나 장시간의 고된 격무가 부활할 가능성에 실망하는 기색도 엿보인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지난 16일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의 후속 조치다.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근로시간을 노사 합의에 따라 월 단위로 관리해 총량 관리 단위 방안을 검토한다는 게 핵심이다.

법정근로시간인 1주 40시간을 기본 틀로 유지하면서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1주 12시간에서 4주 48시간으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한 주는 40시간을 일하고, 다음주에는 60시간 넘게 일하는 방식이 가능해진다.

경영계는 환영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전날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들이 일할 맛 나는 노동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경직된 주 52시간제로 고질적인 인력난과 불규칙적인 초과근로에 대응해온 업계의 애로가 해소될 것"이라고 반색했다. IT업계 관계자도 "창의성이 필요한 IT 쪽에선 현행 제도가 제약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융통성 있게 운영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환영했다. 업계 대부분이 기업 운영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현장 실무자들 사이에선 엇갈린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특히 주 52시간제 시행 전 강도 높은 근무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던 게임업계가 이번 개선안의 방향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과거 게임업계에선 게임 출시 전 고강도 근무를 하는 '크런치모드'가 비일비재 했다. 퇴근 없이 밤샘 야근을 반복하며 격무에 시달리던 업무 관행인데, 악몽이 다시 부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근무 환경이 다시 후퇴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게임업계 개발자 A씨는 "크런치 모드는 쉽게 말하면 집중 개발 기간인데, 잠도 못자고 개발에 매진하는 기간이다. 크런치 모드가 다시 부활하면 반길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근무시간 규정을 사측이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IT업계 개발자 B씨는 "첫 주에 초과근무 시간을 모두 소진한 경우 과연 남은 기간동안 일일 8시간만 근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렇게 되면 나머지 기간은 보상없이 일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실질적인 보상과 근로시간이 지켜지지 않게 되면 이번 조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만 더 심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게임업계 C씨 역시 "회사 규모가 작은 경우 52시간이 적용된 이후에도 야근을 하고 합당한 보상도 없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유연화 등의 조치가 이뤄지면 근무시간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다만 노동부의 이번 제도 개선이 현실화하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전날 발표 내용을 추진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여소야대 형국에서 국회 문턱을 넘길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제도 개선을 두고 진통이 예상되는 가운데 24일 나온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도 혼란을 더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취재진으로부터 관련된 질문을 받고 “노동부가 발표한 게 아니고, 부총리가 노동부에 민간 연구회라든가 이런 분들의 조언을 받아 노동시간의 유연성에 대해 검토해 보라고 얘기한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고용노동부의 전날 발표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혼선을 빚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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