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서 "정치적 독립성 훼손" 우려 목소리 나와
윤석열 정부 들어 수사기관 수장을 배제한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검찰총장은 여전히 공석인 데다 최근에는 경찰청장이 패싱됐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일각에서는 수사기관의 정부 예속화가 가속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치안감 인사 번복을 두고 경찰과 정치권에서는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는 의견이 표출되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관련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청장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면담을 했고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국회서 대책위 또는 TF를 꾸려서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총장이 공석인 검찰은 전날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대검 지휘부와 일선 검사장은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되는 ‘특수통’ 검사들이 기용됐다. 반면, 지난 정권에서 요직을 차지했던 검사들은 한직인 법무연수원으로 좌천됐다.
경찰과 검찰 인사 모두 수장이 '패싱'됐다는 평가가 정설이다. 경찰 인사 과정에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법적 근거도 없이 치안정감 승진 대상자를 개별 면담했다. 특히나 인사발령 전 희망 보직을 조사하는 '인사내신'도 생략돼 경찰청장 패싱에 불을 지폈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경찰은 "경찰청장 추천이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합리적 의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행안부가 경찰 고위직 인사를 제청할 후보추천위원회 등을 만들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경찰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경찰청은 공식적으로 청장 의견이 개진됐다고 하는데 그랬다면 일이 이렇게 커지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찰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식물총장'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 의견을 들어 검사 보직을 제청하게 돼 있다. 검찰 인사를 정부 입맛대로 단행하는 일을 견제하고 최소한의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후 검찰총장이 40일이 넘도록 공석인 상태다. 검찰총장이 부재중이므로 이번 인사 역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의사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이은 '패싱 인사'로 경찰과 검찰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전국 시ㆍ도 경찰직장협의회장단은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련의 행위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찰청을 지휘ㆍ감독하는 옥상옥이 돼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경찰을 외압의 도구로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형사전문변호사는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검찰총장을 하겠다고 선뜻 나서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인사가 났는데 신임 총장보다 인사권자인 장관을 더 신경쓸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인사 외에 다른 부분에서 검찰총장 패싱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