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전형형광등 너무 가까이 하면 피부자극 발생
에너지 절약하려다 피부가 나빠질 수 있다?
3월 새학기가 시작되면 아이들은 방학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학습활동에 적응해야 할 시기다. 이 때 부모들은 책상에 오랜 시간 앉아도 신체에 무리가 없도록 가구의 색깔, 위치, 눈 건강을 위해 스탠드 조명까지 완벽하게 세팅을 준비한다.
하지만 문제는 책상 위에 숨겨져 있다. 스탠드용 절전형 형광등에 장시간 노출되는 경우 자녀의 피부가 자외선 손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절전형형광등 보급이 일반화 된 유럽에서부터 시작된 안전성 논란에 우리도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영국공공보건국 (Health Protection Agency)은 지난해 10월 “같은 용량의 백열등에 비해 에너지를 덜 소모하고 수명도 상대적으로 긴 절전형형광등 (compact fluorescent light)이 최근 각광받고 있지만, 절전형형광등에 피부를 장기간 근접 노출하는 것은 여름철에 맨살로 햇빛을 쐬는 것과 같은 정도의 유해성을 갖는다”고 경고했다.
리더스피부과 노낙경원장은 “최근 국내에서도 환경운동ㆍ녹색성장 등의 분위기를 타고 절전형형광등의 사용이 급증하는 추세”라며 “국내 시판되는 제품들을 대상으로 자외선 방출량 등 피부안전성ㆍ유해성에 대한 꼼꼼한 검사가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절전형형광등 너무 가까이 하면 정상인도 피부자극 생겨
실제로 절전형형광등이 피부에 끼치는 영향을 실험한 영국 던디 대학 (Dundee University)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특별한 피부질환을 가지고 있지 않은 정상인의 경우 절전형형광등에 4시간 노출되었을 때 피부홍반 (피부붉음증)이 유발되었고 (그림), 광과민성 피부(자외선 노출 시 쉽게 붉어지고 민감해지는 타입의 피부)를 가진 실험대상자들은 5cm 거리에서 2.5분만 노출되어도 심한 홍반반응이 발생하는 등 일부 제품에서 뚜렷한 유해성이 관찰되었다.
형광등의 불빛에는 자외선이 거의 없으므로 피부 노화나 기미/주근깨를 유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그 동안 피부과 의사들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특정 광선이 피부에 영향을 주는지를 결정하는 주는지 여부는 해당 광원의 성분, 특히 자외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형광등의 작동 방식 상 발광 시 형광등 내부에서 자외선이 발생하지만 이를 통해 생성되어 외부로 방출되는 빛은 자외선이 아닌 가시광선이므로 형광등으로 인한 자외선의 악영향은 실제로 거의 없다고 알려져 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가시광선으로 바뀌지 않고 방출되는 아주 미량의 자외선이 있다는 것.
특히 일반 형광등이 아닌 절전형형광등의 경우 광효율을 높이기 위해 유리관의 지름이 25% 이상 줄어들므로 이로 인해 방출되는 자외선의 양이 증가할 수 있고, 기존의 백열등 소켓에 끼워 사용하게 되어 있는 제품의 경우 형광등 유리관이 인체에 바로 노출되므로 이 부분이 특히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지난해 가을 영국정부 주도로 시행된 실험 결과 형광램프의 유리관이 직접 노출된 제품 53종 중 9개에서 기준치 이상의 자외선, 특히 자외선C가 검출됐다. 이러한 램프의 수 cm 근접한다면 한여름 오후 야외에서 받는 양과 유사한 양의 자외선에 노출되는 셈이다 (실험 내용은 저널 Radiation Protection Dosimetry 지 최근호에 수록).
영국정부는 현재 절전형형광등에 30 cm 이내•하루 1시간 이상 노출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절전형형광등의 안전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민한 피부가 절전형형광램프에 장시간 노출되면 자외선으로 인해 트러블이 발생하거나 기미나 주근깨가 악화되고 장기적으로 피부노화 촉진ㆍ피부암 발생위험 증가까지도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방송용 조명에 장기간 집중 노출되는 아나운서나 탤런트들의 경우 조명으로 인한 피부 색소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창 공부할 나이의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독서실에는 예외 없이 절전형형광등 스탠드가 대부분 비치되어 있는데, 노출되는 거리와 시간을 감안할 때 램프를 2중으로 보호해 유해한 자외선을 차단하는 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도움말:리더스피부과 노낙경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