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스토킹 엄중 대응 필요…신변 보호 조치 내실화해야"
신변 보호를 받던 전 애인을 스토킹하다가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병찬이 1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정진아 부장판사)는 1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등)등 혐의를 받는 김 씨에게 징역 35년과 위치추적 부착 명령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씨가 피해자를 찾아가기 전 살해 흉기를 준비해 소지했고, 살해 방법도 검색했으며 범행 발각에 대비했다"며 "도망가는 피해자를 쫓아다니며 공격했고 목과 복부 등 치명적 손상을 가하는 부위를 찌른 점 등을 보면 우발적 살인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해자가 생전에 작성한 진술서나 휴대폰 메모장에 남긴 범행 내용 등에 의하면 김 씨는 피해자에게 칼을 들이대거나 부모에게 위해를 가할 것처럼 협박했다"며 특수협박과 특수감금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 씨의 행동이 보복 협박이라고도 봤다. △피해자는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 △김 씨의 주거침입과 협박에 두려움을 느껴 이사를 알아봄 △김 씨는 메신저 프로필에 피해자에 대한 위협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표시 △피해자의 직장 동료들은 피해자가 주거지로 돌아가면 위험한 상황이 생길 것을 걱정했다는 점이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김 씨의 실정법 준수 의지를 찾아볼 수 없고 책임을 회피하려 해 뒤늦은 반성만으로 처벌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범행 이전에 범죄성향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생명을 박탈하거나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공판이 끝난 후 취재진에 "징역 35년이라는 결과가 유감스럽다"며 "검사가 무기징역을 구형할 때도 서운했는데 법이 이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딸이 신변 보호 조치를 받는 등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했음에도 목숨을 잃었다, 스마트워치로 구조요청을 했지만 경찰이 장소를 착각해 15분이나 늦었다"며 "정부가 두 번 죽인 것과 마찬가지"라고 울먹였다.
피해자의 아버지 역시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 딸처럼 경찰에 신변 보호 조치를 요청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철저한 보호가 필요하다"며 스토킹에 대한 엄중한 처벌 등을 요구했다.
김 씨는 지난해 11월 19일 서울 중구 한 오피스텔 주차장에서 30대 여성인 피해자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김 씨를 스토킹 범죄로 네 차례 신고한 후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던 중이었고, 김 씨는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 등 잠정 조치를 받은 상태였다. 김 씨는 2020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11월께까지 지속해서 피해자의 집에 무단 침입하고 감금·협박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검찰은 5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피해자의) 경찰 신고에 대한 보복 목적으로 계획적 살인을 저지른 점이 인정된다"며 김 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