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ㆍ환율ㆍ공급망 붕괴했는데…물류대란에 생산까지 차질

입력 2022-06-1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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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조합원들이 현대차 울산공장 앞에서 파업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시위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의 총파업 탓에 결국 산업계 전반에 걸쳐 생산 차질이 시작됐다. 물류 대란 탓에 재고가 급증하자 자동차와 부품, 석유화학, 시멘트 업계 전반에 걸쳐 가동률을 낮추며 재고 조절에 나섰다.

증시와 환율 하락, 공급망 붕괴 등이 이어진 가운데 생산까지 차질을 빚게 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고 있다.

화물연대 총파업 일주일째인 13일 현대차를 비롯한 울산지역 일부 생산현장 물류 차질이 악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울산공장의 가동률은 지난주 대비 회복됐으나 여전히 잔업과 특근에 차질을 빚고 있다. 비조합원 납품 차량이 늘어나면서 가동률이 다소 올라가지만 근본적인 사태 해결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끝내 현대차는 전국의 국내사업본부 소속 직원들을 울산공장에 파견해 완성차를 공장 밖으로 빼내는 작업인 이른바 '로드 탁송'을 하고 있다.

▲충남 아산 현대차 출고장 앞 도로에서 화물연대 소속 노조원들이 완성차를 싣고 나오는 화물차를 막고 파업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장에서 완성차를 만든 뒤 출하를 위한 외부 출고센터 적치장으로 빼내는 탁송 작업이 이뤄져야 완성차를 지속해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장 내부 공간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차 업계는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내 대응팀을 꾸렸고, 김주홍 KAMA 정책연구소장이 팀장을 맡았다. TF 운영은 파업이 종료될 때까지 계속하기로 했다.

KAMA는 "최근 화물연대 파업과 물류 방해 행위로 인한 부품수급 차질과 그로 인한 완성차 생산 차질이 다시 부품 수요 감소에 따른 부품 기업의 경영 애로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직면해 있다"며 "차 업계는 피해나 애로사항을 매일 파악해 신속 대응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TF를 구성, 가동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여파는 철강업계까지 이어졌다. 포스코는 이날 오전 포항제철소 선재공장과 냉연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매일 약 2만t의 제품을 출하하지 못해 재고 창고가 포화 상태에 달한 탓이다.

제품 일부는 도로나 공장 주변에 쌓아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가동 중단은 이마저도 한계치에 다다르자 내린 결정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선재공장은 제품창고가 부족해 제철소 내 주차장, 도로에 제품을 야적하고 있어 1선재 공장부터 4선재 공장까지 전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며 “냉연공장은 가전, 고급 건자재용 소재를 주로 생산하는 2냉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역시 하루 9000t의 물량을 출하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철강제품 2차 가공회사를 비롯해 포항철강산업단지 안에 있는 시멘트 회사 등도 화물 수송에 차질을 빚고 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 나흘째인 10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레미콘 공장에 레미콘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멘트 업체들은 6월 셋째 주 안에 공장 가동률을 50% 수준으로 축소할 예정이다.

화물연대 파업 이후 90% 이상 출하량이 감소하면서 재고가 114만t에 달했다. 총파업 이후 일주일새 재고율은 70%까지 치솟았고 752억 원에 달하는 손실도 냈다. 시멘트 약 81만t이 레미콘업체와 건설 현장에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시멘트업체 관계자는 “계속 생산공장에 쌓이는 시멘트로 최대한 유통기지로 생산한 시멘트를 이송하지만, 이마저도 한계상황에 도달했다”며 “손실을 보더라도 시멘트 공장 가동률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쳤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계 역시 하루평균 출하량이 파업 전 평균(7만4000t) 대비 10% 수준으로 떨어져 8000t에 못 미친 것으로 집계됐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 이후 부산 남구의 한 주차장에 대형 화물차가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파업 노동자들이 운송거부에 이어 울산과 여수 등 주요 산업단지 진ㆍ출입로를 점거하면서 원재료 반입과 제품 반출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파업에 따른 출하 차질로 인한 매출ㆍ수출 손실은 물론,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공장 가동정지나 재가동 과정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안전사고를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자사 및 고객사 공장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사전 출하 및 공급 등을 통해 물량 차질이 없도록 대비를 해둔 상태지만,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모든 업계 전반의 화물ㆍ운송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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