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1년 만에 최대폭 치솟았다. 예상보다 장기화하는 인플레이션으로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더 가파르게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졌다. 미 노동부가 지난주 발표한 5월 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8.6%로 1981년 12월 이후 가장 높다. 이에 따라 14∼15일 예정된 Fed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75%포인트(p)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의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플레 진정에 대한 기대가 약화하고 금리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뉴욕 증시는 지난 주말 큰 폭 내렸다.
글로벌 금리인상과 긴축이 가속화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현재 제로금리에서 7월 0.25%p 올릴 것을 예고했다. 11년 만의 기준금리 인상이다. ECB는 9월에도 다시 금리를 높일 계획이라며, 인플레 상황이 악화할 경우 인상폭을 더 크게 가져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 또한 불가피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0일 한은 창립 72주년 기념사에서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 중앙은행 본연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 금융통화위원회가 있는 7월과, 8월에도 금리인상을 시사한 것이다. 이 총재는 “단기적으로 가계·기업의 이자부담이 늘고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지겠지만, 시기를 놓쳐 인플레를 잡지 못하면 피해가 더 커진다”고 말했다.
국내 물가도 이미 심각하다.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4%로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폭등세는 멈출 기미가 없다.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6%대로 오를 가능성도 높다.
인플레 확산에 따른 글로벌 금리인상과 긴축, 공급망 교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유가·원자잿값 폭등 등 대외여건이 최악으로 치닫는다. 주요 경제지표들이 완연한 경기침체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의 악순환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6%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종전 전망치 3.0%에서 2.7%로 내렸고 물가상승률은 2.1%에서 무려 4.8%로 올렸다.
대외 불안요인들이 언제 해소될지 기약도 없고, 갈수록 상황은 악화하는데 마땅한 대응책을 찾기 어려운 심각한 위기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이번 주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경제정책방향이 나온다. 성장동력 회복을 위한 구조개혁이 최우선 과제다. 수출을 늘리고 투자와 소비를 살리는 정책 대응이 급선무다. 과감한 기업규제의 혁파, 노동시장 개혁, 법인세 인하 등 세제개편 등 경제살리기를 위해 성장에 집중하는 정책기조의 대전환이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