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군제와 함께 중국 전자상거래 최대 쇼핑 행사로 꼽히는 6ㆍ18 사전 판매에서 우리나라 화장품 업체가 '톱10' 브랜드에 들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6ㆍ18 쇼핑 축제는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와 ‘티몰’을 비롯해 ‘징둥’, ‘카올라’ 등 중국 내 주요 온라인 쇼핑몰이 대부분 참여해 20일까지 벌이는 행사다. 지난해 전체 거래액만 8755억 위안(약 166조 원), 뷰티 관련 거래액은 512억 위안(약 9조7000억 원)에 달하는 상반기 중국 최대 쇼핑행사로 꼽힌다.
13일 중국 전자상거래 리서치 기관 에브런(ebrun)에 따르면 올해 6ㆍ18 행사 기초화장품 사전판매(5월 26일~6월 3일) 톱 10 브랜드에 국내 업체가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1위는 프랑스의 로레알, 2위는 미국의 에스티로더, 3위는 프랑스의 랑콤 등 북미와 유럽 브랜드가 상위를 차지한 가운데 프로야(PROYA)와 웨이눠나(Winona) 등 중국 현지 브랜드가 각각 5위와 9위에 랭크됐다. 하지만 지난해 6ㆍ18 행사와 광군제에서 톱10에 들었던 LG생활건강의 후는 이름이 빠졌다.
상하이 봉쇄조치가 해제되며 6ㆍ18 사전 행사 시작 3일 만에 69억 위안(약 1조3000억 원)으로 지난해 전체 사전 판매액을 넘고, 작년 6ㆍ18 행사에서 호실적을 기록하며 기대를 모았던 국내 화장품 업체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해 6ㆍ18 쇼핑 축제에서 LG생활건강은 티몰 기준 6개 화장품 브랜드(후, 숨, 오휘, 빌리프, VDL, CNP)의 매출이 전년대비 70% 증가한 5억 800만 위안(약 893억원)를 기록했고, 닥터자르트도 티몰 기준 전년 대비 57% 신장된 약 1억 2000만 위안(약 228억 원)의 매출로 자체 최고 매출을 갈아치웠다. 애경산업도 작년 618에서 티몰 기준 전년 대비 25% 성장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K화장품의 중국 내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실제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따른 규제 심화와 함께 2030세대를 중심으로 궈차오(중국 애국주의 소비) 문화 확산에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중국 성장세가 둔화되는 추세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8년만 해도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8%였지만, 지난해 0.8%로 미끄러졌고, 라네즈와 마몽드도 2016년 각각 0.9%, 0.3%에서 지난해 0.6%, 0.1%로 떨어졌다. LG생활건강의 숨도 2019년 0.5%였던 점유율이 지난해 0.3%로 내려갔다.
빈 자리는 중국 현지 브랜드 몫이 됐다. 프로야는 2017년 1.3%에서 지난해 1.9%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렸고, 웨이눠나(Winona)는 2016년 0.4%이던 점유율을 지난해 1.8%까지 올랐다. HFP(Home Facial Pro)도 2016년 0.2%에 불과하던 시장 점유율이 2019년 1.1%로 치솟았다.
최근 국내 업체들의 중국 수출 비중도 줄고 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중국에 대한 화장품 수출액은 11억6120만 달러(1조4900억 원)로 지난해보다 76.3%나 줄었다. 특히 중국 수출 비중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올 4월까지 중국 수출 비중은 44.8%로 지난해 53.2%에서 8.4%p(포인트) 낮아졌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의 1분기 아시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빠졌는데 이 가운데 중국 비중은 70%에 달한다.
정소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사전 판매 성과로 행사 마감까지 지켜봐야겠지만, 현 추세라면 개별 업체의 2분기 중국 매출 회복세가 예상보다 약할 것”이라고 봤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중국 경제가 성장하며 고급 제품은 유럽 브랜드의 인기가 공고하고, 저가 제품 쪽은 중국 로컬 브랜드의 성장세가 크다”면서 “고급보다는 저가 브랜드로 인식되는 국내 화장품 업체의 중국 내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