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서 뷰티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이번에는 샴푸와 린스 등 헤어 시장을 조준한다.
12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달 30일 특허청에 아이엠 샴푸(I AM SHAMPOO)와 아이엠 트리트먼트(I AM TREATMENT), 아이엠 토닉(I AM TONIC)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카테고리는 화장품 및 세제로 상표명에서 헤어 제품과 관련됐음을 알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브랜드 선점 차원에서 등록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최근 들어 부쩍 샴푸 등 생활용품 시장에 힘을 주고 있다. 이 회사가 전개하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는 지난달 24일 탈모 증상 완화 기능성 헤어 제품 ‘굿루트’를 내놓고, 급성장하는 탈모 샴푸에 처음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일주일간 판매율은 당초 목표 대비 110%를 달성하며 초반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굿루트’는 두피 타입 별로 골라 사용할 수 있는 샴푸 2종류와 트리트먼트,두피 스케일링을 도와주는 스크럽 제품 등 4종류로 출시됐다. 이들 제품은 통상 탈모샴푸의 원료로 사용되는 살리실산 대신 EWG(환경워킹그룹) 그린 등급의 자연 유래성분 홍삼추출물 ‘진세노사이드Rg3’을 탈모 완화 기능성 주성분으로 사용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에는 자주 웰니스(JAJU wellness)와 자주 스파 앳홈(JAJU Spa at home), 자주 굿 루트(JAJU GOOD ROOT), 자주 웰니스스파(JAJU WELLNESS SPA) 등을 출원한 이 회사는 이달 초에는 팜투배쓰(FARM TO BATH)와 팜스파(FARM SPA) 등 바디·헤어 용품과 관련한 스파 브랜드를 출원하기도 했다.
패션업계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헤어 사업 강화를 주시하고 있다. 이 회사는 패션에서 뷰티 분야로 사업을 확대해 시장에 안착한 원조 업체로 패션업계 트렌드를 리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르마니와 끌로에, 디젤, 갭, 마르니, 톰보이부터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아크네스튜디오와 크롬하츠 등을 팔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2년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를 인수해 패션업계서는 처음으로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어 2014년에는 스웨덴 향수 ‘바이레도’를 사들였고, 이듬해에는 하장품 편집숍 ‘라페르바’로 론칭했다. 2017년에는 프랑스 향수 ‘딥디크’를 인수하고, 이어 20~30대를 겨냥한 한방 화장품 ‘연작’과 위스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스위스 퍼펙션(Swiss Perfection)’의 지분을 인수해 럭셔리 화장품 시장에도 진출했다.
패션 사업이 치열한 경쟁에 돌입한 가운데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체질 개선 전략은 통했다. 2018년만 해도 전체 매출에서 코스메틱 비중이 17.6%에 머물렀으나 이듬해 25.8%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매출 1조4508억 중 코스메틱 카테고리 매출은 3590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24.7%를 차지한다. 특히 2020년 기준 코스메틱 카테고리 영업이익은 313억 원으로 전체(337억 원)의 92.8%에 달할 정도로 내실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뷰티 시장 안착에 경쟁사들도 너도나도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닥스와 헤지스, 질스튜어트로 유명한 LF는 2016년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불리 1803’의 국내 판권을 확보한 후 올해 2월에는 니치 향수 전문 편집숍 ‘조보이(JOVOY)’의 유통 판권을 확보한 후 최근 본격적으로 뷰티 사업에 돌입했다. 지난해에는 자제 화장품 브랜드 아떼(ATHE)로 탈모 완화 샴푸 라인 ‘앤루트 클리닉’도 내놨다.
타임과 시스템, 클럽모나코로 대표되는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 전문기업 한섬은 2020년 화장품 제조사 클린젠코스메슈티칼과 SK바이오랜드를 인수해 한섬라이프앤과 현대바이오랜드로 이름을 바꿔달고 뷰티 사업을 준비해 지난해 8월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 ‘오에라(oera)’를 출시하며 외도에 나섰다. 지난달에는 니치 향수 편집숍 ‘리퀴드 퍼퓸 바’(Liquides Perfume Bar)를 오픈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패션에서 화장품이나 향수로 뷰티 시장에 안착하게 되면, 통상 다음 사업 영역은 샴푸나 바디 용품으로 보고 있다”면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강력한 유통채널을 갖추고 있어 사업 확장에 유리한 면이 많은 만큼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