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 떨어진 공직] 지원 줄고, 퇴사 늘고…기피대상 된 공직

입력 2022-06-06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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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이 최근 기피 대상으로 전락했다. 청년층의 ‘공시 쏠림’은 이제 철 지난 사회문제가 됐다. 해마다 공무원시험 경쟁률은 떨어지고, 자발적 퇴사인 의원면직은 늘어나는 추세다. 공직사회의 무력감도 확산하고 있다. 관료조직의 전반적 역량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6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국가직 9급 지원인원은 16만5424명으로 2017년(22만1853명) 대비 5만6429명(25.4%) 감소했다. 같은 기간 20·30대 인구 감소 폭(4.0%)을 큰 폭으로 웃돌았다. 국가직 9급 지원인원은 2016년 22만2650명으로 고점을 찍은 뒤 추세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반면, 일반직(국가직·지방직 합계) 의원면직 인원은 2017년 2635명에서 2020년 4255명으로 1620명(61.5%) 급증했다. 이 중 9급은 430명에서 606명으로 176명(40.9%) 늘었다. 9급 의원면직은 임용 1~2년 차 퇴직을 의미한다. 최근 ‘공무원 탈출은 지능순’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공직에 대한 인식이 악화했다. 처우가 열악한 하급 공무원들은 말할 것도 없다.

하급 공무원들이 공직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임금이다. 일반직 7·9급 1호봉 기준 세후급여는 각각 월 180만 원, 160만 원 수준이다. 연금도 이제는 인센티브가 되지 못한다. 2016년 이후 공무원연금과 공무원연금의 기여율(보험료율) 대비 지급률이 역전됐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근로조건이 좋고 권한·재량이 큰 행정고시 출신(5급 입직자)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빠른 승진은 조기 퇴직을 의미한다. 승진이 느리면 인사적체 압박에 반강제적으로 공직을 떠나야 한다. 2020년 일반직 고위공무원(1·2급) 퇴직자 228명 중 정년퇴직자는 23명(10.1%)에 불과했다. 정년을 3~6년 남긴 55~58세 퇴직자가 대다수다. 정권교체기엔 비공식적인 색출작업이 진행된다. ‘전 정권 부역자’로 찍힌 공직자들은 좌천을 걱정하는 처지가 된다.

정치권의 정례적인 ‘적폐 몰이’도 관료조직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제정,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재발 방지 대책은 적폐 몰이와 공직 혐오의 결과물이다. 경제위기 시에는 임금·수당 삭감 등 희생이 강요되기 일쑤다.

행정부 관료조직은 행정전문가 집단으로 수반인 대통령과 대의민주주의 기구인 국회의 정책 결정을 실무적으로 뒷받침하고 결정된 정책을 집행한다.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선 관료조직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관료조직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유능한 관료조직 복원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가장 큰 숙제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고용이 불안정하던 시기에 공무원의 가장 큰 이점은 정년 보장과 연금이었다”며 “그런데 4차 산업혁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등으로 부동산과 주식, 코인(가상자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공무원으로서 혜택은 사실상 무의미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직업관도 변해 인센티브 없이 사명감만 요구하는 공직은 이제 매력이 없다”며 “그럼에도 공무원 처우는 여전히 박봉이고, 정권마다 공무원 희생양 만들기가 반복된다. 유능한 인재들이 공직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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