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환자의 간청, 의사의 간청

입력 2022-06-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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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현 누가광명의원 원장

위내시경 조직검사에서 위암이 확인된 환자에게 결과를 설명할 때였다. 안타깝게도 조직검사 결과가 위암으로 나왔다는 말에 환자는 놀라고 당황해했다. 불안과 당혹감이 만들어낸 침묵을 깨뜨리고 차트를 보며 “담배를 태우시는군요”라고 했더니 환자는 “이제 끊을게요! 당장 끊겠습니다”라며 마치 잘못을 뉘우치듯 크게 말했다.

순간 나는 고해성사를 듣는 성직자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환자의 대답은 ‘이제까지의 생활을 다 그칠 테니 제발 낫게 도와주세요’라는 간청으로 들렸다.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사의 위치는 환자들의 간청을 들어야 하고, 환자들이 의지할 대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환자와 의사와의 관계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긴 병으로 지칠 대로 지친 환자들에게 예기치 못한 합병증이 생기고, 기존의 치료도 버거운데 거기다 합병증까지 치료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누구도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이제 그만하죠….” 환자에게서 자신을 이제 좀 내버려 두라는 체념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럴 때는 의사가 간청하게 된다.

“이제까지 잘해 오시지 않았습니까, 조금만 더 참고 한 번만 더 치료를 해 봅시다. 정말 치료를 안 받으시면 돌아가실 수 있어요. 그러니 제발 부탁입니다. 입원하셔야 합니다. 제발 치료를 받아 주세요.” 알았다고 하고 돌아간 환자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간청하기도 한다.

그 간청이 통했을 때, 그 간청을 환자가 받아들였을 때 그제야 의사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이 고비를 넘기면 정말 완치될 수 있을까, 나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도 병에 지지 말고 끝까지 방법을 찾고 애를 쓰는 것이 의사의 도리고 책임이기 때문이다. 진료실에서는 환자의 간청과 의사의 간청이 오고 가고 터져 나온다.

누구의 간청이랄 것도 없이 병에서 낫기를 원하는 모든 간청이 하늘에 닿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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