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 적자 158억 달러로 예측…대외환경 탓
연구원 관계자 "무역 규모 최고…상품수지는 달라"
경제성장률, KDI·한은보다 낮아…내수 성장은 제한
산업연구원(KIET)이 올해 최대 수출 실적에도 무역수지는 100억 달러가 넘는 적자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불확실한 대외 환경과 공급망 불안에 따른 물가 상승 탓이다. 경제성장률도 2.6%로 낮췄다.
산업연구원은 30일 '2022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하반기 통관 수출은 3584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연간 수출액은 7038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9.2% 증가해 역대 최대 실적치를 달성할 것으로 봤다.
수출 호조에도 수입이 대폭 증가하면서 무역수지는 적자가 예상된다. 연구원은 통관 수입은 3624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간 7196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17% 늘어나는 것이다. 하반기 무역수지는 40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게 되고 연간 적자는 158억 달러로 늘어난다.
수출은 상승세를 보이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와 중국의 봉쇄조치 등 국제 공급망 불안으로 증가율이 지난해(25.7%)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수입은 지난해(31.5%)보단 줄지만, 원자재와 곡물 등 중간재 가격 급등으로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무역수지 적자에도 연구원은 크게 부정적으로 보진 않았다. 연구원 관계자는 "무역 규모 자체는 수출과 수입이 각 7000억 달러를 넘어 1조 4000억 달러가량으로 사상 최대치"라며 "같은 무역적자 폭을 보더라도 GDP의 국민계정 상으로 들어가면 상품수지로 바뀐다. 수입액이 훨씬 줄어든다"고 평가했다.
수입은 수출과 달리 운임과 보험료가 포함돼 금액이 더 크게 나타나지만, 국민계정 체계에는 무역이 아닌 상품 자체만의 수지로 본다는 점에서 수출이 더 늘 수 있다는 예측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금액 자체로 보면 아직 상품수지 측면에서 수출이 좀 더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연구원은 무역수지 적자와 투자 감소, 세계 경제 불확실성, 유가와 환율 상승 등으로 연간 성장률을 0.3% 하향 조정한 2.6%로 전망했다. KDI(2.8%)나 한국은행(2.7%)보다 더 낮게 봤다. 유가는 100달러대 중반, 환율은 1250원 내외로 예측했다.
주요 산업별로는 원유가격 상승의 덕을 본 정유, 석유화학의 수출이 긍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수출은 기저효과 등으로 성장률이 크게 줄어들지만, 수출 증가가 계속될 전망이다. 조선업은 수출과 수입, 생산 등 내수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 시장은 증가세를 유지하지만, 제한적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민간소비가 연간 3.3%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물가상승과 국제 정세가 불안해서다. 연구원은 정유와 가전 등을 제외한 산업 중 반도체와 이차전지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