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국면, 경제운용 비상체제를

입력 2022-05-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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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급등하는 반면 경기는 뚜렷한 하락 신호를 보이면서 한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들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라고 하지만,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이라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는 3월 4.1%, 4월 4.8%의 상승률을 보인 데 이어, 5월 5% 선을 넘을 게 확실시되고 있다. 물가상승률 5%대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6∼9월 이후 14년 만이다. 정부는 고율의 물가상승이 앞으로도 몇 달 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 전망도 마찬가지다. 한은은 최근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을 종전의 3.1%에서 4.5%로 대폭 높였다. 한은은 지난주 기준금리 0.25%포인트(p) 인상과 함께 “향후 수개월간 물가상승률이 5%를 넘을 게 확실하고, 당분간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지속적 금리인상의 예고다.

여기에 한은의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당초의 3.0%에서 2.7%로 낮아졌다. 경기위축을 공식화한 것이다. 구조적 저성장 추세에 우크라이나 사태 등 복합적인 요인이 겹치고 있다. 에너지·원자재·곡물 가격의 급등, 중국의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봉쇄조치와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 등이 물가를 끌어올리고 경기를 후퇴시킨다.

경기지표가 뒷걸음치면서 전망이 먹구름 일색이다. 통계청이 작성한 향후 3∼6개월 후 국내총생산(GDP) 추세를 나타내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3월 99.5로 9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이면서 기준치인 100을 두 달째 밑돌았다. 이 수치가 100 이상이어야 장기추세보다 나아진다는 의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4월 한국 경기선행지수도 99.1로 11개월 연속 하락했고, 4개월째 기준치 이하다. OECD 회원국 평균은 100.2로 한국보다 높다.

물가가 치솟는데 한국 경제의 성장속도는 확연히 느려지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대외 여건 불확실성에 따른 일시적 어려움의 탓이 크고, 잠재성장률보다는 높은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그럼에도 우려가 잇따른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 세미나에서 다수 경제학자들이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 중임을 경고했다. 대외여건 불안에 따른 공급비용 상승 충격에, 국내적으로 노동시장 경직성과 금리인상 등 긴축적 통화정책,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따른 재정지출 확대가 위험을 계속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의 금리인상 압력도 커지면서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가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임을 인식하고 스태그플레이션의 악순환을 막기 위한 경기 진작 대책수립과 비상한 경제운용 체제를 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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