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로] 고향사랑기부제와 지역균형발전

입력 2022-05-2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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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재)부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작년 10월에 제정된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약칭 고향사랑기부금법)’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고향사랑기부금법은 고향에 대한 건전한 기부문화를 조성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함으로써 국가균형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기부 주체는 출향민으로 한정하지 않고 모든 개인이 기부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기부 대상도 고향으로 한정하지 않고 거주지 이외 모든 지방자치단체로 확대되어 있다.

일반적인 조세는 ‘자신이 속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납세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고향사랑기부금은 ‘자신이 선택한’ 지방자치단체에 자유롭게 기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조세제도와는 차이가 있다. 고향사랑기부금은 조세는 아니지만 10만 원까지 전액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10만 원 초과분에 한해 16.5%의 세액공제를 하기 때문에 국세의 지방 이전 효과도 있다. 특별히 기부자에게 기부금의 30% 이내에서 지역특산물 등의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다.

수도권에 비해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지방 도시는 목적성 예산 외에 지자체 차원의 사업을 위한 자체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향사랑기부금은 새로운 지방재정 확보에 도움이 되고, 지역문제 해결을 통한 지역 활성화에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지자체가 직접 사업을 구상하고 시민들이 직접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사업에 기부금을 투자함으로써 복합적인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런데 이투데이 2월 6일 자에 실린 기사를 보면, 고향사랑기부금 제도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시급한 실정임을 알 수 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도시민을 대상으로 한 ‘2021년 농업·농촌 국민의식 조사’ 결과, 고향사랑기부금에 대한 인지도 질문에 ‘안다’고 답변한 비율이 6.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향사랑기부금제도의 성패는 자발적인 도시민들의 기부가 관건이다. 그러나 고향사랑기부금 도입을 위해 10년간 논의를 이어온 것과는 달리 시행이 1년도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인지도가 낮은 것이다.

반면 고향사랑기부금의 도입 취지에는 상당수가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향사랑기부금 참여 의향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과반이 넘는 55.5%가 기부금을 낼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위한 추가 세금 부담에 찬성한다는 응답도 60.1%로 전년 53.2%에서 6.9%포인트 증가했다. 적절한 홍보를 통해 사업의 효과를 키울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앞으로 고향사랑기부금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의 고유성에 기반을 둔 기부금 사용에 있어서 차별적인 전략이 요구된다. 우리보다 앞서 ‘고향납세기부금제’를 도입한 일본은 교육 및 인재 양성, 건강·의료·복지, 아동·육아, 지역산업진흥 분야 등에서 기부금을 사용하고 있다. 일본의 사례는 기부금 사용에 있어 다양한 방식과 지역의 고유한 사업개발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일본 지자체는 적극적이고 독창적인 홍보 방안으로 특색 있는 답례품 제공을 다양한 형태로 추진하고 있다. 홋카이도 아비라정(町)은 지역 특색을 살린 70여 개의 상품을 종합세트로 제작하여, 햄 11종 세트, 치즈 종합세트 등의 지역생산 한정 답례품으로 제공하고 있다. 나가사키현(縣) 히라도시(市)는 유효기간이 없는 포인트를 제공하여 기부자가 합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생필품에서부터 고급 상품까지 답례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다. 도쿄도(都)코쿠분지시는 관광 안내 간판에 기부자의 이름을 새겨주고 있다. 히로시마현은 폐교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에서 기부자에 대한 답례로 신발장에 기부자의 이름을 새겨주고 있다. 답례로 지역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홋카이도 아비라정의 테스트 이주와 유채꽃 웨딩, 도쿄도 세타가야구(區)의 세타가야 미술관 연간 프리패스권, 홋카이도 카미시호로정의 이주자 체험하우스 등을 들 수 있다.

앞으로 고향사랑기부금제도가 취지처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국가균형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좋은 제도로 정착되길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부자가 고향사랑기부금의 사용 용도를 지정하고 사업의 성과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여 지역사업에 대한 애정과 기금 사용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각 지역에서도 복지, 문화, 지역개발 등 지역주민의 복리와 관계된 부처 연계를 통해 지역주민의 직접적인 복리 혜택을 위한 사업을 발굴하고 선정하는 등 다양한 추진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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