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둔화의 ‘두 얼굴’

입력 2022-05-1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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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깃, 월마트 등 인플레 직격탄
1분기 순이익 급감에 주가 폭락…소비 둔화 신호탄
반면 상품에서 서비스로 이동 중
인플레 압박 완화에 도움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타깃 매장에 카트가 놓여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대형 유통업체들이 인플레이션 충격으로 1분기 ‘실적쇼크’를 기록했다. 임금, 운송비, 연료비 등 각종 비용이 치솟으면서 마진이 큰 폭 감소한 영향이다.

부진한 실적 지표에 소매업체들 주가는 두 자릿수로 폭락하며 곤두박질쳤다. 높은 물가와 소비침체 공포가 시장 전반으로 번지면서 뉴욕증시는 2020년 6월 이후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소비 둔화가 경기침체의 서곡일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상품 수요 감소가 인플레이션 압박을 낮춘다는 평가도 나온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미국증시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3.57% 하락한 3만1490.07로 거래를 마쳤다. 하루 새 무려 1164포인트가 빠졌다.

S&P500과 나스닥도 각각 4.04%, 4.73% 급락했다. 다우와 S&P500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6월 이후 2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을 보였다.

시장은 미국 유통공룡들의 부진한 1분기 실적에 흔들렸다. 타깃은 이날 2022회계연도 1분기 (2~4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조정 주당순이익(EPS)이 2.16달러로 작년 동기 4.17달러에서 48.2% 급감했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인 3.07달러도 밑돌았다.

브라이언 코넬 타깃 CEO는 “20분기 연속 매출이 증가했다면서도 예상치 못한 비용 상승으로 수익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60일간 운송 및 화물 운임 비용이 상상도 못한 수준으로 뛰었다”며 인건비 증가, 비필수재 상품의 판매 부진이 실적 악화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실적 쇼크 소식에 타깃 주가는 24.9% 폭락하며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최악의 하루 낙폭을 보였다.

다른 유통업체 사정도 다르지 않다. 전날 월마트가 1분기 순익이 21억 달러로 전년 동기 27억 달러에서 25% 급감했다고 밝히면서 주가는 11.4% 급락했다. 하루 기준 1987년 10월 이후 35년 만에 최악의 성적이다. 월마트 역시 임금 인상, 일반상품의 재고 증가, 운송비 증가를 순익 감소 배경으로 꼽았다.

미국의 주택수리 및 가정용품 업체인 로우스의 1분기 매출은 236억60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4% 감소했다.

유통업체 실적 쇼크로 관련 주가들이 줄줄이 폭락했다. 메이시스(10.66%), 베스트바이(10.51%), 콜스(11.02%), 달러트리(14.42%) 역시 주가가 두 자릿 수 밀렸고 아마존도 7% 이상 하락했다.

유통공룡의 실적 악화는 미국 경제 버팀목인 소비가 둔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평가다. 미국 경제회복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소매 컨설팅업체 글로벌데이터의 네일 선더스 연구책임자는 “유통업체들의 부진한 성적표는 물가가 치솟은 가운데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소비둔화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소비자들은 기업 마진이 높은 고가의 가전제품, 주방용품, 가구 등의 소비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소비 대상이 상품에서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는 신호로, 인플레이션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그동안 미국의 높은 물가 상승세는 상품 부문이 주도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여행, 외식 등 서비스 부문이 타격을 받으면서 수요가 상품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코로나발 공급망 붕괴로 수급 불일치가 악화한 상황에서 상품 수요 급증은 가격 인상을 초래했다.

소비가 상품에서 다시 서비스로 옮겨가면서 물류난이 완화하고 가격도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제 관건은 상품 부분 소비 지출 감소가 물가 상승 압력을 진정시킬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빠르게 진행되는지 여부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은 물가가 목표치인 2% 수준으로 안정될 때까지 금리인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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