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웰스파고 지분 정리하면서 씨티그룹은 사들인 이유는?

입력 2022-05-1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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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베팅해온 웰스파고 지분 모두 처분
버크셔, 월가 출신 CEO 고용하지 말라고 요구...이사회 강행
씨티그룹·앨리파이낸셜 신규 투자 나서
옥시덴털 패트롤리엄 등 에너지 중심으로 주식 대거 사들이고 있어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2018년 5월 6일 오마하에서 연례 주주총회를 기다리고 있다. 오마하/로이터연합뉴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이하 버크셔) 회장이 1분기 투자 내역을 공개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여전히 미국 시중 은행 업종에 대한 여전한 사랑을 보여줬지만, 투자 대상이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는 이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올해 1분기 미국 은행 웰스파고에 대한 장기 투자를 종료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30년 넘게 이어온 장기 투자를 정리한 셈이다. 대신 또 다른 미국 은행인 씨티그룹과 자동차 대출업체 앨리파이낸셜의 지분을 사들였다. 씨티그룹은 30억 달러어치의 주식 5500만 주를 매입했다.

웰스파고는 한때 버핏 회장이 애정하는 종목 중 하나였다. 공개적으로 오랜 기간 웰스파고의 사업 모델에 대해서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특히 2016년 이른바 '유령 계좌' 스캔들이 터졌지만, 투자를 철회하지 않았다.

유령 계좌 스캔들은 웰스파고의 직원들이 고객 몰래 가짜 입출금 계좌와 신용 카드 계좌 수백만 개를 만들어 각종 수수료 명목 등으로 고객들의 돈을 빼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건을 말한다.

버크셔는 최근 몇 개월간 보유 지분을 정리해왔으며 최근 나머지 지분도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핏의 지분 정리는 웰스파고 최고경영자(CEO)인 찰리 샤프가 과거 유령계좌 스캔들 관련한 규제 이슈와 구조조정·사업부 매각 검토 등 효율성 개선 조치와 씨름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웰스파고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12% 가까이 빠졌다.

버핏은 그간 웰스파고 이사회에 월가 거물을 고용하지 말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해왔다. 하지만 2019년에 CEO에 오른 샤프는 월가 유명 증권사인 JP모건과 뱅크오브뉴욕멜론(BNY멜론) 등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특히 샤프는 웰스파고의 본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 대신 뉴욕에서 업무를 보기로 이사회와 합의했는데, 이 과정에서 버핏의 오른팔인 찰리 멍거 버크셔 부회장으로부터 "터무니없다"며 비판을 샀다.

한편 버크셔는 최근 에너지 중심으로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주 옥시덴털 패트롤리엄 주식 90만1768주를 매입했다고 공개했다. 버크셔는 지난 2월 말부터 옥시덴털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해 현재는 10대 보유 종목에 들어갈 정도로 보유 지분을 늘렸다.

이와 함께 지난 몇달 사이 석유업체인 셰브런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수를 발표한 대형 게임업체 액티비전블리자드, PC·프린터 제조사 HP 지분을 사들이고, 애플 지분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랜 기간 가치투자를 강조했던 버핏이 투자자들에게 "남들이 두려워할 때 욕심을 내라"고 투자자들에게 조언했던 대로 주가 급락기에 시장이 공포심에 휩싸이자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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