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CJ·GS, "우리도 삼성·SK처럼"…K바이오 '대기업 시대' 열린다

입력 2022-05-1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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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들의 바이오 사업 진출이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신사업에 목마른 대기업의 자금력과 바이오 산업의 성장성이 맞물리면서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롯데, CJ, GS 등 주요 대기업들이 본격적인 바이오사업 전개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신약 개발뿐만 아니라 위탁생산(CMO), 마이크로바이옴, 보툴리눔 톡신 등 다양한 분야에 촉각을 세우고 미래 성장 동력 찾기에 분주하다.

롯데·CJ, 아쉬운 과거 딛고 바이오로 '컴백'

롯데지주는 6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2022 바이오 USA'에 부스 참가를 신청했다. 바이오USA는 제약·바이오 분야 세계 최대 규모의 박람회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3년 만에 대면 개최된다.

▲11일 2022 바이오USA 참여 기업 리스트에 등록된 '롯데' (바이오USA 홈페이지 캡처)
롯데지주는 올해 3월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바이오와 헬스케어를 신성장 동력으로 공식 선언했다.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는 "바이오, 헬스케어 사업은 롯데지주가 직접 투자하고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며 "롯데지주를 해당 분야의 선도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바이오사업은 지난해 8월 신설한 ESG경영혁신실 신성장2팀이 주도한다. 최근 '롯데바이오로직스'란 상표를 등록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의 물꼬를 텄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성장 2팀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 이원직 상무가 이끌고 있다.

롯데지주는 사업 방향성과 관련해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켜보는 단계"라며 "바이오USA 부스 운영 계획도 아직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바이오USA에도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이름을 올렸다가 현재는 롯데(LOTTE)로 수정한 상태다.

앞서 롯데는 2002년 일양약품의 건강기능식품 자회사를 인수해 롯데제약을 출범시키고 일반의약품(OTC)으로 사업 확장을 기대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롯데제약은 2011년 롯데제과에 흡수합병됐다. 10여 년 만에 바이오산업으로 정면돌파를 결정한 만큼 광폭 행보가 예상된다.

(사진제공=CJ바이오사이언스)

2018년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를 떠나보낸 CJ는 올해 1월 CJ제일제당의 레드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자회사 CJ바이오사이언스를 출범했다. CJ제일제당이 지난해 10월 인수한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 천랩과 기존에 보유한 레드바이오 자원을 한데 모은 회사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글로벌 1위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을 목표로, 빠르년 2년 내 면역항암∙자가면역질환 신약 파이프라인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2023년 1100억 달러(140조 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고성장 시장이다.

CJ가 매각한 HK이노엔은 신약 '케이캡'을 등에 업고 연매출 7700억 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도 이에 못지 않은 성과를 내야 체면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망 기업 최대주주 등극…성과 기대

GS그룹은 휴젤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보툴리눔 톡신·필러 사업에 진출했다. 허서홍 부사장(GS 미래사업팀장)과 이태형 전무(GS CFO)가 휴젤 이사진에 합류하면서 경영권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보툴리눔 톡신·필러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꼽힌다. 휴젤은 중국과 유럽에 이어 세계 최대 보툴리눔 톡신 시장 미국에 '레티보'의 품목허가를 신청하면서 글로벌 3대 시장 허가를 모두 획득할 전망이다.

▲손지훈 휴젤 대표집행임원이 4월 29일 오전 춘천세종호텔 사파이어홀에서 열린 제22기 임시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휴젤)

OCI는 올해 2월 부광약품에 1461억 원을 투자,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면서 공동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양사는 2018년 합작사 BNO바이오를 통해 이미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다.

일찌감치 바이오사업에 뜻을 둔 OCI는 그동안 본격적인 사업확대를 저울질해왔다. 앞으로 풍부한 자금력과 부광약품의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결합해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포부다.

대기업의 잇따른 바이오사업 진출에는 삼성과 SK의 성공이 자극제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CMO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글로벌 수준으로 키웠고, SK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백신전문기업 SK바이오사이언스의 약진을 일궈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기업이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투자와 체급 확대가 필수 조건"이라며 "그런 만큼 대기업의 진출은 K바이오의 도약을 위한 주춧돌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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