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조사 증거은닉' 현대중공업 임직원 "인정하나 법적 처벌 대상 아냐"

입력 2022-04-2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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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로고 (현대중공업)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하도급·파견법 위반 관련 현장조사를 나올 것을 알고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기소된 현대중공업 임직원 김모 씨 등이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처벌 사유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 이광열 판사 심리로 21일 열린 1차 공판에서 김 씨 측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기재된 행위는 인정한다"면서도 "형사가 아닌 행정사건에 대해서는 증거인멸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씨 측 변호인은 "공정거래법은 자료 은닉 등 조사 방해 행위를 형사처벌하지만 하도급·파견법에서는 과태료 처분을 한다"며 "이들의 행위는 과태료를 부과해야 할 행위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기소된 세 명 중 한 명은 이미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며 "형사처벌이 이뤄진다면 이중처벌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행위에 고의성이 없다는 주장도 했다.

검찰은 "이들은 차례로 공모해 형사사건인 현대중공업 하도급·파견법 위반 사건에서 증거를 인멸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씨의 지시에 따라 업무용 PC에 있는 법 위반 관련 자료를 삭제하고, 중요한 자료는 외장하드 등에 별도로 보관했다"며 "VDI(데스크톱 가상화)의 계정을 초기화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VDI는 virtual desktop infrastructure의 약자로 중앙에서 가상으로 동작하는 서버의 자원을 활용해 사용자별로 가상의 데스크톱과 데이터 저장공간을 제공하는 솔루션을 말한다. 해킹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고 데이터 유출을 원천 봉쇄할 수 있다.

검찰은 "SSD 카드는 포렌식을 해도 복구되지 않는 것을 알고 업무용 PC의 하드디스크를 대거 교체했다"며 "하드카피는 내용을 확인해 중요한 것은 따로 보관하거나 폐기처분했다"고도 말했다.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이 2014~2018년 사내 하도급업체 200여 곳에 4만8000여 건에 달하는 작업을 위탁하면서 하도급 대금을 깎고 계약서를 지연 발급했다며 과징금 208억 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공정위 조사 결과 현대중공업 임직원들이 2018년 10월 현장조사 직전 PC와 하드디스크를 대거 교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 측과 소속 임직원에게는 각각 1억 원, 2500만 원의 과태료만 부과됐다. 이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현대중공업의 조직적인 증거 인멸 시도에도 공정위는 과태료 처분에 그쳤다며 2020년 6월 말 고발장을 냈고 검찰이 조사에 착수해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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