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속적 금리인상 예고한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

입력 2022-04-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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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금리인상을 통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일부 둔화됐지만 수준이 여전히 높아 금융안정과 성장의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며 “금리 시그널로 이를 계속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별 문제 없이 진행됐고, 곧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이 후보자가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앞서 한은 총재가 공석인 상태로 이뤄진 금융통화위원회의 지난 14일 기준금리 0.25%포인트(p) 인상에 대해서도 “적절하다”고 평가했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성장 모멘텀이 훼손되지 않으면서 물가가 안정되도록 통화정책 완화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경제상황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 금리인상, 중국의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 등으로 물가가 치솟고 경기의 하방 위험이 커지는 엄중한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우리 기준금리는 현재 연 1.5%이고, 시장이 전망하는 연말 금리 수준은 2%대다. 미국 금리가 통화정책의 가장 큰 변수다. Fed는 3월에 금리인상의 시동을 건 데 이어, 한번에 기준금리를 0.5%p 올리는 ‘빅 스텝’을 포함해 연내 몇 차례 금리를 더 인상하는 방향을 예고했다. 현재 기준금리 0.25~0.5%에서 연말 2% 수준이 전망된다. 우리 금리가 미국보다 높지 않으면, 외국인 자본 유출과 원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다시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이 후보자도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이 없지 않고, 물가상승 압력도 커지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다만 과거 한·미 간 기준금리가 역전했던 때에도 대규모 자본유출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과 대외 건전성이 탄탄했던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지금 경제의 기초여건이 계속 취약해지는 상태다. 당면한 글로벌 악재들 말고도, 청년실업과 노인 빈곤, 소득불평등과 양극화, 고령화 등 내부의 구조적 문제로 성장잠재력이 훼손돼 장기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9일 내놓은 세계경제 수정 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종전 전망치 3.0%에서 2.5%로 대폭 낮췄다.

치솟는 물가를 잡고 경기를 방어하면서, 우리 경제의 심각한 리스크인 가계부채를 연착륙시키는 통화정책의 합리적 선택은 지난(至難)한 과제다. 금리인상으로 청년과 자영업자, 영세업 등 취약 차주들의 신용위험이 커지고 부실화하면서 금융불안을 키우는 문제도 대비책이 급하다. 코로나 이후 엄청나게 풀린 돈이 경제활력을 살리고 성장동력을 키우는 곳으로 흐르도록 하는 것도 급선무다. 통화정책의 적절한 해법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새 한은 총재의 짐은 어느 때보다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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